‘낭비적 다리’ 건설 취소해
‘개혁적’ 명성 얻었지만
사실은 처음엔 건설 지지
‘개혁적’ 명성 얻었지만
사실은 처음엔 건설 지지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된 세라 페일린(44) 알래스카 주지사가 애초 알려진 ‘개혁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이 31일 보도했다.
페일린의 개혁적 이미지의 상징으로 거론되던 ‘갈 곳 없는 다리’와 관련해 그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갈 곳 없는 다리’는 알래스카 케치칸과 그라비나 섬을 잇는 다리로 알래스카주는 연방정부로부터 건설비용으로 2억3300만달러를 타냈다. 그러나 그라비나는 인구가 약 50명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재정 문제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등은 이 다리를 재정 낭비의 표본으로 비난했다.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페일린 주지사는 당시 이 다리 건설 계획을 취소하면서, 개혁적 명성을 얻었다. 매케인 후보는 31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페일린의 결정에 대해 “이것이 바로 워싱턴이 필요로 하는 용기”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케치칸 시장 보브 와인스타인은 페일린이 2006년 주지사 선거 당시 이 다리 건설을 지지했던 장본인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일 전했다. 페일린은 2006년 8월 <케치칸 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다리와 같은 계획을 지켜야 하고 전문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정부예산 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CAGW)은 페일린이 96년부터 2002년까지 소도시 와실라의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연 3만6천달러를 주고 로비스트 스티븐 실버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실버는 이 다리 건설을 강력히 추진한 공화당 테드 스티븐스 의원의 수석참모였다. 페일린은 이 기간에 의회로부터 총 250만달러에 이르는 지원금을 따냈다.
페일린 쪽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의혹에 대해 “그 다리는 (페일린의) 최우선 정책도 아니었고 개선의 여지도 있었다”며 “단지 그 문제로 알래스카가 안 좋은 인상을 받게 되자 바꾸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당시 취소된 다리 건설 비용은 국고로 돌아가지 않고 알래스카의 교통시설 건설에 사용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밝혔다.
페일린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자, 페일린 발탁 때 애초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 등 매케인의 페일린 선택이 도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선거분석가인 스튜어트 로텐버그는 “만루홈런이거나 파산이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 결과는 며칠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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