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8만4천 지지자 ‘축제’ 즐겨…경기장에 불꽃·환호 가득
8만4천 지지자 ‘축제’ 즐겨…경기장에 불꽃·환호 가득
“미국 역사상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 참석자들이 마치 열병에 들뜬 것처럼 흥분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처럼 흥분된 대회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전당대회의 풍경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을 했던 45년 전 워싱턴 링컨기념관의 풍경과 비교하며, “누구도 꼬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이날의 조용한 스타는 벽을 뛰어넘고 한계의 울타리를 치우게 한 상상력”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한판 축제의 장이었다. 머리 위로는 답답한 실내 천정 대신 탁 트인 하늘이 열렸다. 그 하늘에선 전통적인 풍선 터뜨리기 대신 화려한 불꽃쇼가 열렸다. “오바마” “예스, 위 캔”을 외치는 연호, 끊임없이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 ‘변화’라고 쓰인 피켓과 성조기의 물결이 전당대회장을 환희로 물들였다. 관중석에선 쉴 새 없이 카메라 불빛이 터지고, 참석자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감격스런 장면을 생중계했다. 역사적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7시간 전부터 뙤약볕 아래 길게 줄을 선 탓에, 전당대회 사상 처음으로 일사병으로 실려 간 사람까지 발생했다. 맥주를 팔지 않았다는 걸 제외한다면, 마치 이곳을 홈구장으로 하는 브롱코스 미식축구팀의 경기라도 열린 줄 알았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28일 인베스코 미식축구경기장을 가득 메운 8만4천여명의 지지자들뿐 아니라,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버락 오바마 후보까지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한껏 고양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브롱코스팀의 홈구장인 행사장은 7만6천여 좌석을 갖추고 있으나, 그라운드 위에도 의자 8천여석이 추가로 비치됐다.
참석자들의 성별·연령·인종은 다양했지만,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특히 많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역 해병 출신이자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앨리스 넬슨 룰리는 수천㎞나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장을 찾아왔다. 그는 “8살 때 워싱턴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행진을 지켜보았다”며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면 덴버에 오기로 마음먹었었다”고 말했다. 덴버/류재훈 특파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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