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치솟는 기름값이 ‘석유 의존적’인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상반기 미국의 석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하루 평균 80만배럴이 줄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수치다.
또 미국의 석유 수요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돼, 내년까지 3년 연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에너지정보청은 전망했다. 내년도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 수요량은 2008만배럴로, 2003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석유 수요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 경색으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와 지속되는 고유가의 영향이라고 에너지정보청은 설명했다.
이처럼 석유 수요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 경제가 현재의 에너지 고소비 현상을 탈피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전했다. 컬럼비아대학의 크리스토퍼 메이어 교수는 이런 현상이 전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 대출) 사태와 유가 상승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판매상들이 제공하는 각종 할인 정책도 마다하고, ‘휘발유 먹는 하마’인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대신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예 자동차 대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 대중교통협회(APT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대중교통 이용량은 3.4%나 늘었다.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 제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전력공급업체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이 고효율 에너지 에어컨으로 교체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받은 소비자 수는 올 상반기에만 3만7천명에 달했다. 지난해를 통틀어 이 리베이트를 받은 소비자는 6천명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미국 가전업체가 출하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냉장고 중 정부의 고효율 에너지 등급을 획득한 제품은 55%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5%포인트 늘어났다.
가계 뿐 아니라 기업들도 에너지 소비 줄이기를 위해 팔을 걷었다. 밀워키 소재 건물 에너지 효율 컨설팅 업체 존슨 컨트롤스가 올해 초 1150명의 기업 에너지비용 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지난해 설비교체시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방·환기장치 등을 고효율 장비로 교체했다고 답변했다. 소비재 회사 프록터앤드갬블(P&G)는 불필요한 포장·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용기에 넣어 팔 수 있는 고농축 세재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신문은, 1979년 ‘오일쇼크’ 이후 석유 소비가 감소했다가 유가가 떨어지면서 다시 소비가 늘어났던 점을 지적하며, 현재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는 에너지 절약 트렌드가 지속될 지 여부는 향후 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하지만 신문은, 1979년 ‘오일쇼크’ 이후 석유 소비가 감소했다가 유가가 떨어지면서 다시 소비가 늘어났던 점을 지적하며, 현재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는 에너지 절약 트렌드가 지속될 지 여부는 향후 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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