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과 아편, 대리석에서 다이아몬드까지….’
1966년 창설된 남미 최대 좌파 게릴라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 확장이 미미했다. 정부의 소탕을 피해 정글지대에 숨어지낸 탓이다. 하지만 마약의 한 종류인 ‘코카인’에 눈을 돌리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코카인 제조 공정 단계마다 세금을 받고, 마약 카르텔들과 손잡고 불법 밀거래에까지 관여하면서, 이들은 2003년 한 해만 3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반군·테러조직들이 다양한 자금줄을 찾아나서고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이 선택한 것은 ‘아편’이다. 탈레반 반군은 양귀비 경작 농민들과 마약 밀매꾼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무기 구입 등 활동자금에 쓰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국(UNODC)은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92%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40억달러,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53%에 달한다.
파키스탄 북부 산간지역의 고급 ‘대리석’도 새로운 돈줄이다. 이곳 지아라트 채석장에서 생산되는 대리석은 고운 문양과 높은 순도로,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에 버금갈 정도로 명성이 높다. 탈레반 반군은 채석장을 놓고 벌어진 지역 부족간 갈등을 중재하면서, 지난 4월부터 이 지역을 장악했다. 그리고 트럭 한 차 분량의 대리석이 실려나갈 때마다 7달러의 세금을 받아, 벌써 수만달러를 챙겼다. 이 돈으로 아프간 남부 국경지대에서 나토군, 미군과 싸우고 있다.
내전으로 찢긴 아프리카에선 다이아몬드가 피로 물들었다.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은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다이아몬드 등에 대한 채굴권을 대가로,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에 자금과 무기 등을 지원한 의혹을 받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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