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뉴욕타임스 “오만하다 인상 줄 우려도”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태도를 가다듬으며 했다는 말이다. 이카루스 신화를 빗댄 이 표현은 오바마 후보의 지난 일주일간 중동 및 유럽 순방의 성과와 한계를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오바마가 아프간을 시작으로 이라크·요르단·이스라엘·베를린·파리·런던까지 숨돌릴 틈 없는 외교 순례를 이어갔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국빈급 예우를 아끼지 않았고, 유럽 민중은 ‘오바마’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들은 투표권이 없다. <로이터> 통신은 “오바마가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가스값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파동을 걱정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오바마의 외유기간 내내 미국내 정치전략가들은 거의 시간 단위로 그의 순방이 가져올 정치적 영향을 측정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일주일은 ‘사교모임’ 정도였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었다. 공화당의 한 정치분석가는 “매케인은 이미 완성된 사람이지만, 오바마는 아직도 자신을 만들고 있다. 그가 오는 11월까지 그 작업을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라 바깥의 호평이 국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이번 순방은 오바마에게 (국제적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회를 준 동시에, 그가 오만하며 대통령 당선을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는 의구심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매케인 후보는 26일 한 라디오 연설에서 “오바마가 나라 바깥에서 ‘세계인’들에게 연설하는 동안, 나는 뒤로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캠프는 발빠르게 ‘모드 전환’에 나섰다. 그는 귀국 뒤 기자회견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주제넘게 보이지 않을까?” 반문하며, “앞으로 석 달 동안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고, 유권자들에게 말하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기를 열망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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