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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하루 한명꼴 납치’…무법천지 멕시코

등록 2008-07-23 19:32수정 2008-07-24 02:38

경제위기·마약전쟁으로 치안공백 상태
‘돈벌이’ 인식…외국인 대상 범행 극성
“다음 차례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멕시코 북부 국경 인근 도시 레이노사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5명이 22일 무사히 풀려났다. 하지만 ‘무법천지’라는 악평이 따라붙는 멕시코의 치안 사정은 똑같은 사건의 반복적 발생을 예고한다.

1994년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적 격동과, 마약조직 간 다툼으로 불안해진 치안 상황을 틈타 멕시코에선 납치가 ‘산업화’되고 있다. 멕시코 시민단체 공공치안시민협의회는 2005년 상반기에만 194건의 납치가 발생해, 콜롬비아(172건), 브라질(169건) 등을 제치고 멕시코가 ‘납치 1위국’에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통계대로라면 하루 한 사람 꼴로 납치되는 셈이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나 탈레반 등이 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납치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멕시코 납치범들은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납치를 이용하고 있다. 2002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보도에 따르면, 유명인이나 부유층의 몸값은 대개 28만달러(2억8천여만원) 선이고, 일반인의 몸값은 500~1천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인질들은 몸값을 내면 곧장 풀려나고 있다. 심지어 인질을 차에 태워 끌고 다니다가 현금인출기(ATM)에서 있는 돈을 모두 뺀 뒤, 풀어주는 ‘급행 납치’도 유행이다.

초기엔 부자나 유명인들이 주로 타깃이 됐지만, 최근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부유층이 경호원을 고용하고 무장차량을 구매하는 등 보안을 강화한 탓이다. 한국인들도 범죄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김명지 멕시코 한인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에도 한인 1명이 납치당했다가 구조된 일이 있다는 얘기를 전하며, “겉모습 만으로 구별되는 동양인들은 항상 납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납치 사건은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멕시코주, 게레로, 미초아칸, 치와와 등 5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할 정도로 지역적으로 편중 양상을 보인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20건 이상의 납치사건이 보고되는 등 미국 국경 지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극성을 부려, 미 연방수사국(FBI)까지 사건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이 21일 보도했다.

납치 문제가 확대일로에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펠리페 칼데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경찰은 물론 군병력까지 투입하면서 생긴 치안 공백 속에서 납치 조직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2000년 선거에서 70년간 장기 집권했던 제도혁명당(PRI)에 승리한 멕시코 우파가 지역 깊숙이까지 장악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해, 제대로 된 공조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질적인 부정부패로 바닥까지 떨어진 경찰의 신뢰도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법 시스템도 악순환을 부른다. 경찰을 불신하는 납치자 가족들이 몸값을 주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근본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납치가 돈 되는 사업이란 인식만 키우고 있다. 이정애 김외현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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