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블로거 ‘넷루츠 네이션’ 회의…펠로시·고어 등 참여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을 거치며 번성한 미국 진보진영의 누리꾼들이 오는 11월 대선을 향해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지난 17~20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넷루츠 네이션’(사진) 회의가 성황리에 끝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9일 오전 블로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맡았고, 예정에 없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깜짝 출연해 2천여 블로거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국외 방문 일정 탓에 동영상 연설로 대체했다. 올해 불과 세번째 열린 연례행사인데다, 참가자 수도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는 이 모임을 민주당 쪽 유력 정치인들이 직접 챙기고 있는 셈이다.
넷루츠 네이션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해 저마다의 의견을 밝히고 교류하는 누리꾼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진보 진영의 블로거들이 스스로를 ‘풀뿌리’로 명명하고 부시 대통령을 ‘샌드백’ 삼아 활발한 ‘싸움’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넷루츠’(인터넷 풀뿌리)란 말은 결국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영어사전 메리엄웹스터에도 등재됐다. 가상공간인 세컨드라이프에도 넷루츠 회의장이 개설됐다. 내년 회의는 8월 피츠버그에서 열린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에게 큰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넷루츠와의 관계 설정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넷루츠 쪽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후보들 가운데 2~3위 수준이었다. 올초 오바마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업적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우위라고 평가했을 땐, 비난의 댓글과 게시물이 대거 쏟아졌다. 최근 부시 행정부의 도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통신회사들에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국외정보감시법 개정에도 오바마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자, 누리꾼들은 그를 백안시해왔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 쪽에서 “열린 자세”와 “대화”를 강조하면서, 일단 갈등은 무마되는 모양새다. 정치-인터넷 싱크탱크 ‘개인민주주의포럼’의 창립자 앤드로 라시에즈는 “넷루츠 대다수에게 있어 일단 목표는 오바마의 당선이다. 당선 뒤 오바마와 넷루츠의 관계 설정은 그 다음 과제”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도 동영상 연설에서 “과거에 우리는 동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여러분의 염려에 계속 귀기울이고, 진지하게 대하며 제각각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