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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퇴임 눈앞 부시…‘평화협상 외교’로 급선회

등록 2008-07-18 18:55수정 2008-07-18 23:47

이달말 워싱턴서 이·팔·미 ‘3자회담’ 개최 예정
라이스 등 온건파가 네오콘보다 우위에 선듯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전방위 평화협상 외교에 나서고 있다.

북한 핵 해법을 협상으로 선회해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는 데 이어 대이란 정책도 압박과 제재에서 협상과 대화 기조로 급선회했다. ‘악의 축’ 핵심국가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도 막바지 힘을 쏟아붓고 있다. 마치 ‘유턴 뒤 급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미국은 오는 30일 워싱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는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대표는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수석대표와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짓기 위한 3자 회담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 역시 라이스 장관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레카트 대표는 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다음주 회동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이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3자 회담도 그 하나다. 라이스 장관은 3자 회담보다 더한 것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윌리엄 번스 국무부 정무차관이 유럽연합과 이란과의 협상테이블에 참석하고 테헤란에 미국 이익대표부를 개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이다.

이런 정책 전환은 미국의 대외정책 라인에서 라이스 국무장관 등 실용·온건파가 딕 체니 부통령 등의 강경파를 제치고 주도권을 장악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8일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시녀’였던 라이스 장관이 지금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최고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라이스 장관이 부시 대통령에 앞서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부터 설득해야 했다”며, 라이스 장관의 시각 변화를 ‘네오콘에 대한 쿠데타’로 표현했다.

이스라엘이 최근까지 이란 침공을 위협하던 중동의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추진 중이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정전협정을 맺은 데 이어 헤즈볼라와 포로 교환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위기는 미국의 정책 선회로 한 고비를 넘겼다. 레바논은 격렬한 내전 끝에 새 정부를 출범시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쿠웨이트는 잇따라 이라크에 주재 대사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의 일부 동맹국들이 적국들을 고립시키고 비방함으로써 패배시키려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동정책 전환은) 하마스·헤즈볼라·무슬림형제단 등 서방세계가 ‘악당’으로 여겨온 정치세력들이 이슬람권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는 현실에 대한 미국의 ‘실용적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레바논 정치학센터의 오사마 사파 소장은 “(중동 지역에서) 정치적 이슈는 정부와 논의할 수 있지만 안보 문제를 다룰 경우엔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국가기구가 아닌 세력과도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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