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지’ 버지니아 등 확산…여론, 선거인단 70명 앞서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2008년 미국 대선의 정치지형이 서서히 민주당쪽으로 변하고 있다. 민주-공화당 지지를 상징하는 ‘블루(민주)-레드(공화)’주 구분이 지난 10여년 간 양상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동·서부 해안지대와 대도시 주변에서, 공화당이 농촌과 소도시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버지니아공과대학의 로버트 랑 교수는 “민주당은 대도시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그 주변으로 지지지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변화의 추이를 진단했다.
정치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 닷컴’의 지난달 28일 현재 집계에 따르면, 5월 초 후보 확정 이후 오바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백악관 입성을 하게 되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는 경합지역 137명을 제외하고 238명 대 163명으로 매케인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 우위에 따라 경합지역을 가를 경우 오바마는 304명을 확보해 234명을 확보한 매케인을 크게 앞선다.
29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선거지형 변화의 상징으로 수도 워싱턴에 인접한 버지니아주와 로키산맥 서부지역인 콜로라도주를 꼽았다.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의 남부 공략의 전초기지이고, 콜로라도를 포함해 뉴멕시코와 네바다도 최근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은 해외거주 및 대도시 거주 경험, 지적이고 도시적인 풍모, 인터넷 지향과 변화지향의 선거공약을 내세우며, 블루-레드의 구분을 초월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선거지형이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공화당 쪽은 오바마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섰다. 매케인 진영의 전략가인 스티브 슈미트는 오바마가 초당적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당과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는 정치인이라는 식의 내부 비난 전략지침을 마련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공화당은 또 저소득 백인노동자층이 밀집한 애팔래치아산맥 주변의 퇴락한 철강·기계·화학 산업지역인 이른바 ‘러스트지역’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에 주력하고 있다.
매케인의 공동선거본부장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나서서 지난주 오바마가 “계산적인 정치인”이라고 비난했고, 매케인의 외교정책자문보좌역인 랜디 슈너만은 “오바마가 끊임없이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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