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확정 뒤 백인 50% “흑인대통령 위험”
미국의 여전한 인종적 편견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걸림돌이 될 것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한 백인의 수가 50% 넘게 나왔다고 22일 보도했다. 반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안전한 선택”이라고 답한 백인은 3분의 2 가량이었다.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고 대답한 백인의 수가 3분의 2였던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인종문제는 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드러났다. 49%의 응답자가 현재 미국에서 인종간의 관계가 잘못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예년과 비슷한 수치이지만 흑인 응답자의 경우 60%를 넘는 수가 그렇게 답한 반면 백인 응답자는 47%에 못 미쳐, 둘 사이의 차이가 92년 이후 최고였다. 또한 백인의 30%, 흑인의 34%는 자신이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오바마 선거캠프의 관계자는 인종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열성적인 미국 내 흑인 표를 더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백인의 표를 더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흑인에 비해 백인의 지지율이 많이 낮았던 민주당 후보들은 고배를 마셨다. 2000년 대선의 앨 고어 후보의 경우 백인의 지지율과 흑인의 지지율 차이가 12%였고 2004년 존 케리 후보의 경우 17%였다. 현재 오바마 후보의 경우는 12%다.
이번 여론조사는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가 공동으로 지난 12~15일 미국 성인 1125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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