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중단’ 추가 제재 합의…‘방문 항의’ 시위도 줄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유럽 순방에서 비교적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부시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약속 등 성과를 안고 귀국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부시는 지난 9~16일 슬로베니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나라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부시는 이번 유럽 순방길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이란의 핵개발 중단을 위한 추가적 경제제재 약속을 받아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부시와의 회담 뒤 이란 최대 은행인 멜리은행에 대한 자산동결 계획을 내놓고 원유 및 천연가스 등에 관한 새로운 제재를 경고한 데 이어, 유럽연합도 적극 찬성했다. 유럽연합 외교정책대표실의 크리스티나 갈라크 대변인은 16일 27개 회원국 모두가 이란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부시는 영국 정부로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230여명 추가 파병 및 이라크 남부 주둔군(4500명)의 철군 유보 등의 약속도 얻어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부시의 성과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껄끄러워진 유럽 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강하게 반대하며 반미 선봉에 섰던 독일·프랑스는, 이번엔 “이란의 핵 개발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시와 한목소리를 냈다.
런던정경대학의 마이클 콕스 교수(국제관계)는 “2004년부터 대서양 양안의 엘리트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이미 화해가 시작됐다”며 “2003년과 비교했을 때 지금 신문의 헤드라인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유럽의 지도자들이 교체된데다, 부시 퇴임이 임박하면서 새로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로 반미감정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5년 전 부시의 영국 방문 때만 해도 1만여명의 시위대가 사흘동안 다우닝스트리트를 가득 메웠지만, 지난 15일 런던의 시위에는 고작 1200명이 참가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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