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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군수업체, 이라크전서 혈세 23조원 꿀꺽”

등록 2008-06-11 21:45

BBC “과다계상 등 수법 정부예산 빼돌려”
핼리버튼 등 입찰 물의…“부시는 함구령”
미국 군수업체 등이 이라크전 수행을 지원하면서 무려 230억달러(약 23조7천억원)에 이르는 미국민들의 혈세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10일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몇몇 미국 기업이 이라크전 수행과 재건사업 과정에서 정부 예산을 빼돌리거나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런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폭로했다.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정부·미군당국과 군수업체 사이의 ‘검은 뒷거래’ 의혹은 끊이지 않았으나, 낭비된 예산의 구체적 규모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물의를 빚은 대표적 군수업체인 핼리버튼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준비 당시, 국방부의 조달담당 최고위급 관리의 거센 반대에도 단독입찰로 70억달러 규모의 납품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핼리버튼은 딕 체니가 부통령이 되기 전 최고경영자로 있던 에너지·건설 관련 업체다. 회계감사에 적절하지 않은 회사가 예산 지출 감시 계약을 따내는 황당한 일도 생겼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런 범죄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려 공론화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은 “미 법무부의 명령은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70건의 내부고발 사건 모두에 적용된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한 함구령이 해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정부의 친미 인사들도 전쟁을 틈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불렸다. 2004년 이라크 임시정부의 하젬 샬란 국방장관 등은 구식 무기를 구매한 뒤 최신예 무기 가격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약 12억달러를 개인계좌로 빼돌렸다. 하젬 샬란은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이라크 부동산은행의 책임자였다.

미국 민주당은 군수업체 등의 부당한 ‘전쟁 폭리’를 문제삼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을 계속 압박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 예산의 사취나 부당한 집행을 이유로 재판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헨리 왁스만 미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의장은 “민간기업들과의 계약으로 낭비되거나 부정하게 집행돼 날아가버린 돈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며 “부당이득이 사상 최대 규모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 파노라마’의 이번 프로그램 제목은 ‘백주대낮의 날강도’(daylight robbery)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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