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동발언’ 배경
11월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최고의 수혜자가 이스라엘 로비단체가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스라엘 지지를 화끈하게 천명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4일 발언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2008 연례 정책수련회’는 2일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연설로 개막해, 이날 오바마 후보의 연설로 막을 내렸다. 오바마의 연설은 “세계가 실질적인 압력을 가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는) 이란의 정책을 평화적이고도 단호하게 바꿔야 한다”는 매케인의 발언 수위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 회의에는 오바마와 경쟁해온 힐러리 클린턴 등 대부분의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의원 절반, 그리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등 각계 인사 7천여명이 참석했다.
대화를 통한 국제문제 해결을 주창하던 오바마가 강경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은 경선에서 확고한 우세를 유지해 본선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게 되면서부터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대인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대권을 차지하는 데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자주 언급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혀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유대인 파워를 의식해 동부 아프리카식인 자기 이름 ‘버락’이 히브리어로 ‘축복’을 의미하는 ‘바루크’에서 유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란과 북한과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의 지도자들과 조건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매케인은 물론 동료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비난을 받자 “반드시 만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정도가 그가 표방한 대외정책을 지지했음에도 그는 흔들리는 모습을 잇달아 연출해왔다.
지난해 출간돼 큰 주목을 받은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의 저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거나 중동정책에 유대 로비단체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어떤 이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10만명이 넘는 아이팍의 회원 가운데 거물급들이 후보 선거사무실이나 공공위원회에 전하는 평균 기부액은 2000~2004년 7만2천달러에 이르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지난해 출간돼 큰 주목을 받은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의 저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거나 중동정책에 유대 로비단체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어떤 이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10만명이 넘는 아이팍의 회원 가운데 거물급들이 후보 선거사무실이나 공공위원회에 전하는 평균 기부액은 2000~2004년 7만2천달러에 이르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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