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이기 분위기…폐품 교환 인기
미국 보스턴 근교의 웰즐리에 사는 주부 밸러리 게이츠는 시내 곳곳의 쓰레기 더미를 훑고 다니면서 깨진 세탁 바구니에 중고 유리컵을 주워 담는다. 그는 “우리집 가구의 절반은 버려진 폐품을 되살린 것”이라며,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전리품’들을 자신의 은색 베엠베(BMW) 승용차에 실었다.
부유한 미국 중산층이 무절제한 소비를 줄이고, 경제 관념을 갖춘 소비자들이 자녀들에게 저렴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주기 시작하면서, 중고품 거래 상점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17일 보도했다. 웰즐리의 중고품 처분·재활용 센터는 토요일이면 볼보·벤츠 등의 고급 승용차나 미니밴을 몰고 온 가족들이 남들이 버린 폐품들을 챙기느라 북적인다. 웰즐리·윈체스터·웨스턴 같은 부자 동네에 사는 이들이 기꺼이 폐품 교환소를 찾는 모습은 흥미롭기까지 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부유한 동네답게 쓰레기 더미에도 쓸만한 ‘보물’이 넘쳐난다고 한다. 팀 도너휴는 멀쩡히 작동하는 아이팟을 건졌고, 또다른 시민은 포장도 뜯지 않은 의자를 챙겼다. 한 중고품 거래점에선 1만2천달러짜리 희귀본 서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폐품 교환이 유행하자 일부 마을의 관리들은 극성을 부리는 폐품 수집자들을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규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매사추세츠주 힝엄시는 주민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을 감시해 경고장을 발부하는 일용직을 고용했다. 힝엄의 한 관리는 “상당수 사람이 폐품을 주워 온라인 오픈마켓인 이베이에 판매하고 있다”며 “(시 당국의 조처는)이런 일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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