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었으면” 무심코 한 말이…
미국 미주리주에 사는 소녀 메이건 마이어(13)는 2006년 9월께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미국 ‘온라인 관계맺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에서 조시 에반스(16)라는 소년을 만났다. 메이건은 “섹시하다”는 쪽지를 보내 유혹하는 조시에게 푹 빠졌다. 서로 쪽지를 계속 주고받던 10월7일께 조시는 갑자기 떠난다고 말했고, 메이건은 돌아오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조시는 16일 “너가 없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거야”라는 쪽지를 보냈다. 메이건은 20분 뒤 스스로 목을 매 결국 숨졌다. 메이건의 부모는 얼마 뒤 조시가 실은 로리 드루(49)라는 같은 동네 여성이라는 말을 다른 이웃으로부터 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앙지방법원은 15일 거짓 계정을 만들어 마이스페이스의 서버에 접속해 메이건의 정보를 얻은 혐의로 드루를 기소했다.
미주리주 사법당국은 사건 발생 당시 드루에게서 위반되는 혐의를 찾지 못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에 알려져 공론화되면서 마이스페이스의 서버가 있는 캘리포니아 법원이 조사에 착수해 마이스페이스 가입규약 등을 어긴 혐의를 적용하게 됐다.
지난 달 애슐리 그릴스(19)라는 여자가 <에이비시>(ABC) 아침 방송에 나와 “드루가 나를 고용해 거짓 계정을 만들었고 자살의 원인이 된 쪽지도 직접 썼다”고 말해 내막이 드러났다. 드루는 “메이건이 나의 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이런 일을 꾸몄다”며 “장난이 심해진다고 생각해 관계를 끊고자 일부러 끝에 잔인한 말을 했다”고 밝혔다고 그릴스는 전했다.
이번 사건의 검사는 “해킹이 아닌 다른 혐의 때문에 기소된 ‘온라인 관계맺기’ 사이트의 첫 사건”이라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극”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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