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산타크루스주 ‘자치권 확대’ 투표 통과
정부 “표 절반이 무효” 결과 불인정
남미 좌파정권 3인방 가운데 하나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2006년 1월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 나라 최대의 인구 지역이자 가장 부유한 지역인 산타크루스주에서 우파 야권이 4일 강행한 자치권 확대안 투표가 86%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에이피>(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투표 자체를 분리 책동으로 간주하고 금지했던 모랄레스 대통령의 급진적 개혁정책에는 제동이 걸렸다. 최악의 경우 국토분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방영된 텔레비전 연설에서 “투표의 절반이 무효표이며, 따라서 이번 투표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투표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 통신은 “기권률이 공표되진 않았지만, 투표 참여율이 낮아 (투표결과의)적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모랄레스는 그러나 “인민들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진정한 자치를 위해 함께 일하자”고 호소해, 현실적인 수습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곤혹스런 처지를 내비쳤다.
산타크루스주는 천연가스·석유·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한 볼리비아의 경제 중심지다. 자원부국이지만 남미 최빈국인 볼리비아의 국내총생산(GDP) 30%를 차지할 정도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부유층의 토지소유를 제한하고 원주민들에게 토지를 무상분배하는 개헌안을 야당의 반대 속에 통과시켰다. 전통적으로 정치·경제권력을 장악해온 백인 기득권층은 거세게 반발하며, 사실상 분리독립에 가까운 자치권 확대를 추진해왔다.
볼리비아는 전체 9개주 가운데 6개주가 우파 야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베니·판도·타리히 등 3개주에서도 다음달 자치권 확대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모랄레스 지지자들과 보수적 반대파 사이에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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