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보험 체계 갈수록 악화
국민 7% “의보혜택 받으려 결혼”
5년새 직장의보 수혜 4백만명↓
세계 최강국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 개보험 체계가 아닌 이곳에선,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줄고 보험비가 치솟는 바람에 의료보호망에서 밀려난 국민이 전체 인구의 16%를 넘어섰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9일 미네소타대학 보건자료센터의 조사를 인용해, 2001~05년 미국의 직장 의료보험 수혜자들이 400만명이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민영보험 가입자도 240만명으로, 6%나 줄었다. 미국인 4700만명 이상이 아무런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병이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도를 보면, 이 기간 미국인들의 소득은 3%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의료보험료는 30%나 치솟았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리사 라비조 모리 대표는 “보험료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저가족재단이 성인 2003명에게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고유가(44%)와 직장·승진(29%)에 이어 의료보험(28%) 문제를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특히 응답자의 7%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했다고 밝혔다. 또 25%는 직장을 옮길 때도 의료보험 혜택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치솟는 의료비 압박이 인생의 주요한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의료보험 ‘사각지대’로 밀려난 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카이저가족재단 조사에서 필요한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29%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23%는 비용부담 때문에 처방전조차 받지 못했으며, 복약을 중단한 비율도 19%에 이르렀다.
이들을 흡수할 정부의 여력도 바닥나고 있다. 마이클 리빗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헤리티지재단과 미국 기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미국 현실 바로 알기’ 행사에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가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 지출 증가 속도가 전체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차기 정부가 진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4천억달러 규모 연방 의료보험 플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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