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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 급증…배 뒤집혀 20여명 숨지기도
“심지어 상어에게 잡아 먹히는 사진까지 보여주며 말려봤지만 소용 없었다.”
치솟는 식량가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이티에서 배고픔을 참지 못해 배로 탈출을 시도하는 ‘보트피플’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전했다. 아이티의 이민국 사무소장 장 베르나르 피에르는 낡은 배에 의존해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며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아이티의 모든 배가 동날 때까지 사람들은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아이티의 ‘보트피플’을 태운 배가 뒤집혀 20명 가량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둠을 틈타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이 배는 바하마 근처에서 사고를 당했다. 구조된 3명의 생존자는 배에 25명 이상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바하마 군은 14명의 주검밖에 찾지 못한 상황에서 수색을 중단했다. 생존자인 플레르생(23)는 배가 가라앉은 밤 9시부터 해가 뜨기까지 차가운 바다에서 숨진 다른 여성의 주검을 끌어안고 버텨 극적으로 구조됐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배리 베나 하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해상에서 972명의 아이티 밀입국자들을 붙잡았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6명)의 두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보트피플들이 출발지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이티 북부의 라고나브 섬에서 <로이터> 기자와 만난 라셸 샤반(29)은 “지난번엔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돌아왔지만 곧 내 순서가 다시 돌아온다”며 “다시 탈출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티 북부 항구도시 몽루이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는 마르셀 조나생은 “4명의 아이들이 딸린 실업자이지만, 직업이 있다고 해도 먹거리가 너무 비싸 살 수 없다”며 “배고픔을 못 참아 떠난다”고 말했다. 권오성기자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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