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하다’ 출간…“개인 획일화·파편화 모두 극복”
여행 도중 만난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룬 1995년 영화 <비포선라이즈>와 9년 뒤 속편 <비포 선셋>의 주인공, 검색엔진 ‘구글’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 인터넷서점 ‘아마존’을 만든 사람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 이들이 속한 세대는?
정답은 ‘엑스(X)세대’다. 90년대 인구에 회자됐던 이 용어가 최근 미국 사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이 특정 ‘세대’에 다시 초점을 맞추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문화평론가 제프 고디너(41)는 얼마전 펴낸 <엑스가 세상을 구하다>에서 엑스세대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고 시사 주간 <타임>이 최근 보도했다.
엑스세대는 65~77년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지만, 60~82년생으로 넓게 정의되기도 한다. 현재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다. 미국 사회에서 이들은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와 자녀들인 ‘새천년(밀레니엄) 세대’ 사이에 끼어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략 8천만명, 새천년 세대가 7800만명인 데 비해, 엑스세대는 약 460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위 세대는 인구가 많아 늘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엑스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모호함’‘즉흥성’ 등으로 묘사되던 엑스세대 문화는 생명력이 약해, 엑스세대가 힘없이 사라질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엑스세대의 ‘기초체력’은 탄탄하다는 게 고디너의 설명이다. 이들은 80년대 말 증시 붕괴와 90년대 닷컴 거품 붕괴 등을 정면으로 통과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획일적인 문화에 반발해 추구해온 문화적 다양성도 잃지 않았다.
구글, 유투브 등은 엑스세대가 구축한 찬란한 ‘제국’이다. 엑스세대의 산물인 웹 문화는 지금 모든 세대의 문화적 공통분모로 떠올랐다. 고디너는 “음반가게나 중고할인매장 등의 옛 문화는 디지털로 부활했다”며 “새천년 세대는 마이스페이스 같은 엑스세대의 창작물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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