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결과 축소·보고서 대필 의혹
거대 제약기업들이 불리한 실험 결과를 축소하고, 자사가 주문해 제작한 보고서를 관련이 없는 전문가의 저작처럼 발표하는 관행에 대한 자성론이 미국 의학계에서 일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는 최신호(16일치)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가 진통제 ‘바이옥스’(Vioxx)와 관련해 2001년 식품의약청(FDA)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부작용에 따른 사망률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머크는 바이옥스 복용 집단의 사망률이 일반에 비해 세 배에 이른다는 내부자료가 있었지만, 1.7배로 나타난 결과만 제시했다. 사망률이 낮게 나온 것은 실험 도중 투약을 중단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숨진 사례를 제외했기 때문이었다.
이 잡지는 또 바이옥스와 관련해 학계에 발표된 일부 보고서들에 ‘대필’(고스트 라이팅)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미리 작성한 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저명 전문가의 이름만 보고서에 얹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머크 쪽은 “초안을 외부 기관에 용역으로 의뢰하는 경우는 있다”며, 미국의학협회지 쪽이 손해배상 소송 중인 변호사들로부터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999년 출시된 바이옥스는 4년 만에 매출 23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심장마비·발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몇차례 나오자 머크 쪽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머크는 2만6500여건의 바이옥스 관련 소송에 휘말려 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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