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에르와 회동…“시리아도 평화협상 참여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화상대로 인정치 않는 하마스 지도자와 회동계획을 밝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본거지를 방문해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2006년 하마스 주도의 자치정부 부총리를 지냈던 나세르 샤에르와 포옹을 나눈 뒤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에이피>(AP)등 외신이 전했다.
카터는 “시리아와 하마스는 최종 평화협상에 관여할 것인 만큼 둘은 평화협상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에르는 “카터가 중동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나는 평화 정착의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카터는 회동에 앞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묘소에 헌화했으며, 하마스는 의장대를 붙여 예우했다.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샤에르는 하마스의 무장투쟁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팔레스타인 부총리 재임 당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현재 웨스트뱅크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터는 18일에는 시리아에서 망명 중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샬과 만날 예정이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한 관리는 “여지껏 하마스의 공식 입장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며 협상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카터는 하마스와 만남으로써 그런 태도를 정당화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카터는 지난 13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16일에는 엘리 이샤이 산업통상장관과의 만남도 예정됐다”며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런 회동이 카터를 ‘왕따’시키려는 미국 내 친이스라엘 인사들의 비판을 ‘히스테리’라고 반박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카터의 하마스 방문이 지금까지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에게도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애초 카터는 ‘국제원로그룹’의 멤버들인 매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평화 전도사’ 자격으로 중동 순방을 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의 비협조로 이 계획이 무산되자, 카터는 혼자서 예정된 날짜에 순방길에 올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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