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 “유해 가능성”
미국 정부가 아기 젖병과 음료수병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에이(BPA)의 유해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비스페놀 에이는 국내에선 유해성 우려가 있지만, 사용은 가능한 ‘관찰 물질’로 지정돼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독극물연구소(NTP)는 이 물질이 유방암, 전립선암, 사춘기조숙증 등의 발병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연구소는 사람이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이 물질을 실험용 쥐에 노출시키자 전립선과 유방에서 초기 암 증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아이들의 과잉행동과 같은 이상 증세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물질이 산모나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위험이라는 기존의 판단을 바꾼 것이다.
미국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식품의약국에 비스페놀 에이가 유아나 어린이에게 무해하다는 견해를 바꿀 것을 촉구했다. 환경운동그룹(EWG)의 아닐라 제이콥 선임연구원은 “과학적으로 새 지평을 연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캐나다의 <시비시>(CBC) 방송은 캐나다 보건국이 이르면 16일 비스페놀 에이를 유해물질로 분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비스페놀 에이를 포함한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국내 유통량이 37만8500t으로, 2002년보다 22.7%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