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83)
“하마스 지도자와 만나겠다”
미국 “이해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냉담 반응 지미 카터(83)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금기’에 다시 도전하고 나섰다. 13일 중동 순방에 나선 카터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적어도 누군가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시각을 말하게 하고, 팔레스타인 집권당과 협력하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쏟아지는 비난과 우려에도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카터는 이미 2006년 출간한 <팔레스타인: 분리가 아닌 평화를>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금기시되는 이스라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바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를 분리해 봉쇄하는 조처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남아공에서 흑인들이 살았던 것보다 더 억압적인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대인 관련 단체들은 격렬히 반발했고, 카터센터 자문위원 14명이 카터와 결별을 선언하고 사퇴할 만큼 파장이 컸다. 카터의 하마스 지도자 회동 계획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화를 거부한 채 고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화·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미국 정가에서는 카터의 계획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평화의 걸림돌인 하마스와 평화를 얘기하는 게 어떤 실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서 데이비스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도 카터에게 편지를 보내 “하마스와의 회동은 폭력을 옹호하는 집단에 합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지도자인 마르완 바르구티와의 면회 요청을 거절하는 등 카터를 철저하게 냉대했다. 14일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카터가 시몬 페레스 대통령을 면담했을 뿐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실세 지도자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대내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카터에 대한 경호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터는 “(하마스와의 회동은)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를 증진시키려는 카터센터의 활동 목표의 하나”라며 “때로 우리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주 평온하다”고 말했다. 카터는 지난 1994년 북핵 위기 때도 빌 클린턴 당시 행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을 방문해 위기를 해결하는 등 분쟁 조정자로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스라엘 냉담 반응 지미 카터(83)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금기’에 다시 도전하고 나섰다. 13일 중동 순방에 나선 카터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적어도 누군가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시각을 말하게 하고, 팔레스타인 집권당과 협력하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쏟아지는 비난과 우려에도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카터는 이미 2006년 출간한 <팔레스타인: 분리가 아닌 평화를>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금기시되는 이스라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바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를 분리해 봉쇄하는 조처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남아공에서 흑인들이 살았던 것보다 더 억압적인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대인 관련 단체들은 격렬히 반발했고, 카터센터 자문위원 14명이 카터와 결별을 선언하고 사퇴할 만큼 파장이 컸다. 카터의 하마스 지도자 회동 계획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화를 거부한 채 고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화·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미국 정가에서는 카터의 계획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평화의 걸림돌인 하마스와 평화를 얘기하는 게 어떤 실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서 데이비스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도 카터에게 편지를 보내 “하마스와의 회동은 폭력을 옹호하는 집단에 합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지도자인 마르완 바르구티와의 면회 요청을 거절하는 등 카터를 철저하게 냉대했다. 14일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카터가 시몬 페레스 대통령을 면담했을 뿐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실세 지도자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대내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카터에 대한 경호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터는 “(하마스와의 회동은)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를 증진시키려는 카터센터의 활동 목표의 하나”라며 “때로 우리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주 평온하다”고 말했다. 카터는 지난 1994년 북핵 위기 때도 빌 클린턴 당시 행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을 방문해 위기를 해결하는 등 분쟁 조정자로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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