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스 제도의 위치
이주자들, 영국에 ‘재정착 보고서’ 제시·설득
미군기지 건설에 밀려 40여년 전 강제로 쫓겨났던 인도양 섬 주민들이 고향 땅 되찾기에 나섰다.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 출신 주민들은 최근 고향 재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영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가디언>이 7일 보도했다. ‘집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망명자들은 재정착에 필요한 비용을 2500만파운드(약 384억원)로 산출하고 “적은 수의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환경적·경제적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귀향 초기 5년 동안 150가구(1천여명 미만)가 돌아가, 환경 관광과 어류 수출 활동에 종사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지역 희귀새와 어류 등의 보존을 위해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주민들이 직접 불법밀렵 감시와 이종식물 퇴치에 참여하는 등의 환경보존 방안도 내놓았다.
그동안 비용과 실효성의 문제를 들며 이들의 귀향을 꺼려왔던 영국 정부가 이들의 손을 쉽게 들어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미 2000년,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의 강제이주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영국 정부는 납세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이유로 불복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대변인은 상고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고스 제도 주민들이 고달픈 망명생활을 시작한 것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영국 정부는 차고스 제도의 주도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미군 기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50년간 임대하는 비밀협정을 미국과 맺었다. 이 때문에 그곳에서 200여년 동안 살아온 아프리카계 1500여명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1967~73년 서쪽으로 1920㎞나 떨어진 모리셔스와 세이셸 제도에 강제 이주됐다. 영국은 그 대가로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시스템인 폴라리스의 값을 500만파운드를 깎았다. 디에고 가르시아섬은 미 5함대의 주둔지이자,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을 퍼부은 B-52전폭기의 발진기지로 바뀌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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