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방치땐 경제침체 수렁 못 벗어날라’
체니, 순방길 사우디 국왕 만나
중·장기 유가안정 방안 논의 지난 17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오만·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팔레스타인·터키 등 중동 5개국을 순방중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중동 산유국에 대한 석유 증산 압력을 본격화해, 이들 국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미국의 대중동 석유특사로 파견된 체니 부통령은 지난 21일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을 만나 국제 석유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배석한 이 회담에서 체니 부통령은 ‘국제 원유시장의 단기·중기·장기적 목표’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장기적 목표’에는 새로운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고위관리는 “이날 회담에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에 상당한 공감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가 생산적이었다”면서도 “회담의 구체적 내용이나 합의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존 해너는 회담에 앞서 “지난 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석유수출기구(오펙)에 석유 수출 확대를 요구했던 논의를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최대의 석유소비국인 미국 경제가 고유가로 침체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실수”라며 원유 증산을 강하게 압박으나, 산유국들은 “시장이 승낙할 때에만 원유생산을 늘릴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무시했다. 부시 행정부의 산유국 압박은 원유 수급 불안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 경제로 확산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달러화 가치 약세로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실물자산 매입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11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압둘라 국왕이 미국의 관심사에 매우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이 석유가 증산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에 석유증산을 압박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앞서 “체니 부통령의 중동 순방의 최고 의제는 석유”라고 분석했다. 한편, 차킵 켈릴 오펙 회장은 이날 올 한해 유가가 배럴당 80~110달러선이 될 것이란 전망을 냈다. 그는 “오펙이 강한 증산 압력을 받고 있지만, 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은 수요의 문제”라며, “미국 경기침체와 달러 가치 추락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중·장기 유가안정 방안 논의 지난 17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오만·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팔레스타인·터키 등 중동 5개국을 순방중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중동 산유국에 대한 석유 증산 압력을 본격화해, 이들 국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미국의 대중동 석유특사로 파견된 체니 부통령은 지난 21일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을 만나 국제 석유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배석한 이 회담에서 체니 부통령은 ‘국제 원유시장의 단기·중기·장기적 목표’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장기적 목표’에는 새로운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고위관리는 “이날 회담에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에 상당한 공감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가 생산적이었다”면서도 “회담의 구체적 내용이나 합의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존 해너는 회담에 앞서 “지난 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석유수출기구(오펙)에 석유 수출 확대를 요구했던 논의를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최대의 석유소비국인 미국 경제가 고유가로 침체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실수”라며 원유 증산을 강하게 압박으나, 산유국들은 “시장이 승낙할 때에만 원유생산을 늘릴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무시했다. 부시 행정부의 산유국 압박은 원유 수급 불안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 경제로 확산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달러화 가치 약세로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실물자산 매입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11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압둘라 국왕이 미국의 관심사에 매우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이 석유가 증산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에 석유증산을 압박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앞서 “체니 부통령의 중동 순방의 최고 의제는 석유”라고 분석했다. 한편, 차킵 켈릴 오펙 회장은 이날 올 한해 유가가 배럴당 80~110달러선이 될 것이란 전망을 냈다. 그는 “오펙이 강한 증산 압력을 받고 있지만, 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은 수요의 문제”라며, “미국 경기침체와 달러 가치 추락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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