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가 24일 아바나의사당에서 열린 의회 총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바나/AP 연합
라울 카스트로, 쿠바 새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
‘1세대 원로그룹’ 대부분 유임
개방보다 점진적 변화 예고 ‘이변은 없었다.’ 쿠바 의회는 24일(현지시각) 피델 카스트로(81)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계자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7) 국방장관을 선출했다. 라울은 49년 동안 집권한 피델에 이어 앞으로 5년간 쿠바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1997년 피델의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2006년 7월 피델이 장출혈 수술을 받은 뒤부터 사실상 권력을 넘겨받아 국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의회는 라울의 유고 때 의장 자리를 대신할 수석 부의장으로 대미 강경파 이론가인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 부의장(77)을 선출하는 등, 혁명 1세대 원로 그룹을 대부분 유임시켰다.(그래픽) 라울은 선출 직후한 연설에서 형 피델을 ‘혁명의 총지휘관’으로 모시는 조건으로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인 이 순간에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중요한 문제는 피델과 협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새 정부가 피델의 혁명 이념을 계승할 것이며, 피델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라울이 급진적인 경제 개혁·개방보다는 쿠바혁명의 기본 틀 안에서 점진적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라울이 정권을 이어받은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벤투라가 수석 부의장에 선출된 것은 놀랍다고 보도했다. 애초 피델과 함께 혁명 1세대 대다수가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피델은 사임 뜻을 밝히며 “내 기본적 의무는 국가원수직 유지가 아니라 좀더 젊은 사람들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월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절반 이상이 혁명 이후 세대들로 물갈이되면서 그런 기대는 더욱 커졌다.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를 보면, 지난 총선 당선자(614명)의 56%가 쿠바혁명 이후에 태어났으며, 131명은 40살 이하다.
피델의 후계자로도 거론돼 수석 부의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던 젊은 세대의 선두주자 카를로스 라헤 다빌라(56) 부의장은 결국 유임에 그쳤다. 쿠바 권력의 중추인 국가평의회에 원로 세대가 자리를 지키고 신진의 진출이 드문 것은 쿠바에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의 쿠바 전문가 줄리아 스웨이그는 “대내외적으로 피델이 추구해 온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라울 정부가 경제 문제가 시급한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출범 초기 혁명 이념을 공고히 한 뒤 경제난 타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ongbyul@hani.co.kr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개방보다 점진적 변화 예고 ‘이변은 없었다.’ 쿠바 의회는 24일(현지시각) 피델 카스트로(81)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계자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7) 국방장관을 선출했다. 라울은 49년 동안 집권한 피델에 이어 앞으로 5년간 쿠바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1997년 피델의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2006년 7월 피델이 장출혈 수술을 받은 뒤부터 사실상 권력을 넘겨받아 국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의회는 라울의 유고 때 의장 자리를 대신할 수석 부의장으로 대미 강경파 이론가인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 부의장(77)을 선출하는 등, 혁명 1세대 원로 그룹을 대부분 유임시켰다.(그래픽) 라울은 선출 직후한 연설에서 형 피델을 ‘혁명의 총지휘관’으로 모시는 조건으로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인 이 순간에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중요한 문제는 피델과 협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새 정부가 피델의 혁명 이념을 계승할 것이며, 피델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라울이 급진적인 경제 개혁·개방보다는 쿠바혁명의 기본 틀 안에서 점진적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쿠바 국가평의회 주요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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