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선거서 동생에 득표율 추월당해
쿠바 의회 선거에서 라울 카스트로(76) 국방장관이 형인 피델 카스트로(81) 국가평의회 의장을 누르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는 카스트로의 은퇴와 권력이양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표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쿠바 당국은 지난 20일 실시된 선거에서 라울 장관이 9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쿠바 동부 산티아고의 지역구에 출마한 그의 득표율은 카스트로 의장(98.3%)보다 1.1%포인트 높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가 권력이양의 때가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울은 2006년 7월 카스트로 의장이 장출혈 수술을 받은 뒤부터, 카스트로를 대신해 국정을 맡아왔다. 카스트로는 몇 차례 성명을 통해 정계은퇴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의회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왔다. 이런 가운데 쿠바 의회는 새달 24일 의회를 소집해,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을 선출한다.
라울은 카스트로에 비해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소박한 유머감각으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라울이 이상주의자인 카스트로보다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카스트로 형제를 비롯한 공산당 추천 후보 614명 전원이 당선됐다. 유권자 840만명 중 95%가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최저 득표를 한 사람은 서부 피나르 델 리오 주에서 입후보한 바르바로 오스마니 라고(73%)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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