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회계감사원 실태조사 착수…영향력 확대 우려
미국 정부가 최근 급속히 늘어난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의 ‘월가 진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 금융당국은 이들 국부펀드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정확한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영국의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이 상원의 요청에 따라 이번주 국부펀드들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회계감사원은 이번 조사에서 국부펀드의 운용 규모와 투자처, 거래방법을 파악하고, 투자정보 공개 범위와 권한 남용 때 징계 방안 등을 검토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데이비드 워커 감사원장은 “국부펀드들의 거래가 늘어나 의회가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 펀드의 지분이 은행마다 10%를 초과하지는 않겠지만, 달러 약세로 미국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관심을 가진 상황이어서 펀드들이 힘을 모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국부펀드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중동 정부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최근 몇주 사이에 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을 비롯해 UBS, 베어스턴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굴지의 미국 금융회사들이 이들에게 손을 벌렸다. 국부펀드의 이들 금융사 투자 규모는 350억달러 정도다.
이처럼 워싱턴 정가나 금융당국에서 다른 나라 국부펀드의 영향력 증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월가 은행들의 국부펀드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다 경기침체 조짐이 한층 가시화해 월가 은행들의 신용경색 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IBC 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는 “우리는 지금 두번째 국부펀드 유입세를 보고 있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충분히 않아 이들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언 기자, 연합뉴스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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