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아지
쿠바로 추방된 전 요원 필립 에이지
미국이 남미에서 저지른 부도덕한 공작을 폭로했던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 필립 아지(72·사진?)가 7일(현지시각) 밤 사망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아지가 쿠바 아바나에서 천공성 궤양 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했다고 그의 부인의 말을 따 보도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이날 “그는 쿠바의 충실한 친구였으며,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인민투쟁의 강력한 옹호자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아지는 에콰도르와 우루과이, 멕시코 등에서 12년간 중앙정보국 요원으로 근무하다, 미국이 남미의 군사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데 환멸을 느껴 1968년 퇴직했다. 이후 그는 중앙정보국이 전세계에서 저지르고 있는 비행을 담은 고발 서적 <회사의 내부:CIA 일기>를 펴내며, 중앙정보국 최초의 내부 고발자가 됐다. 이 책에서 그는 남미 등에서 활동 중인 비밀 요원 250여명의 이름을 공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그를 “반역자”라고 비난하고, 신분이 공개된 일부 요원들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아지는 지난해 <가디언> 인터뷰에서 “70년대 남미에서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공포가 진행됐으며, 살인조를 운영하는 남미 군사 독재자들의 배후에는 중앙정보국과 미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 판단에 따라 비밀 요원들의 이름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고발 뒤 아지는 영국 런던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로 망명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방해로 추방당했다. 1980년 이후부터 쿠바로 근거지를 옮긴 그는 90년 독일 여성과 결혼해 독일 국적을 갖게 된 뒤에는 독일과 쿠바를 오가며 생활해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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