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달러 돈가방’ 5명 기소…베네수엘라·아르헨 “조작·이간질”
지난 10월 아르헨티나 대선 때 베네수엘라 정부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려고 했다고 미국 검찰이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마이애미 검찰은 12일 주 검찰청장에게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외국 정부의 첩보원(에이전트)으로 활동한 혐의로 베네수엘라인 등 5명을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8월 80만달러(약 7억4천만원)가 든 가방을 들고 아르헨티나에 입국하다 적발된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기도 안토니니 윌슨을 찾아가, 돈의 출처와 수신인 등을 밝히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윌슨은 베네수엘라 사절단과 함께 아르헨티나 정부의 전세기를 타고 입국했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공항에서 목적이 분명치 않은 돈 80만달러가 든 가방이 발각돼 압수당했다.
토머스 멀비힐 연방검사보는 연방수사국(FBI)이 이들의 대화를 녹음한 결과, 윌슨이 갖고 있던 돈가방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당시 아르헨티나 집권당 대선 후보인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주간대화’의 마이클 쉬프터 부회장도 “차베스 대통령이 자금을 동원해 남미 선거에 활발히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정부는 “차베스 대통령과 나머지 남미 국가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런 방식으로 국제정치를 움직이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여자이지만,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외무장관도 “미 정부가 남미의 좌파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사법부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조작된 스캔들”임을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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