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콜롬비아혁명군 여성 일기 공개 ‘시끌’

등록 2007-11-26 19:49수정 2007-11-27 09:33

탄자 니즈메이저
탄자 니즈메이저
“공동생활 지겹다”…정부, 반게릴라 선전에 이용
“지겹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도, 공동생활도 지겹다.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지겹다.” (2006년 11월24일)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자진 가입해 활동해온 네덜란드 여전사의 일기가 최근 공개돼 큰 파장을 낳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지난 2003년부터 혁명군에 가담한 탄자 니즈메이저(29)가 쓴 이 일기는 지난 6월 콜롬비아 정부군이 한 게릴라 거점을 급습했을 당시 수거한 것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혁명군 생활의 회의감이 잔뜩 묻어나는 이 일기를 반 게릴라 선전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기의 존재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물론,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마누엘 산토스 국방장관은 “유럽인들 일부는 반군이 로빈후드나 체 게바라처럼, 불쌍한 이들을 위해 싸운다는 로맨틱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탄자처럼 함정에 빠진다”며 “일기 공개를 계기로 막연한 환상이 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니즈메이저는 일기에서 금연과 전화 금지는 물론, 상부의 허가 없이는 연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혁명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반군들이 굶주리고 무기력한 상태이며, 지도자들은 세속적인데다 부패했다고 묘사하고는 “무엇인가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네덜란드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니즈메이저는 그로닝겐 대학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관한 논문을 쓴 바 있으며, 2000년 콜롬비아로 건너와 사립학교에서 부유층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왔다. 그는 2001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볼리바르주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2003년 초 ‘에일렌’이라는 이름으로 게릴라 활동에 본격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장이 공개된 뒤, 니즈메이저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근 반군을 떠난 한 인사는 “간접적으로나마 적을 도왔다는 이유로 참호를 쌓는 임무가 맡겨지는 등 처벌을 받았을 테지만, 살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은 1964년 무장 농민군 지도자들이 결성한 반군 게릴라 단체로, 남미 전체의 반군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LA 산불 배경에 ‘기후 채찍질’…샌프란시스코보다 큰 면적 태워 1.

LA 산불 배경에 ‘기후 채찍질’…샌프란시스코보다 큰 면적 태워

러시아와 전쟁 대비하는 독일…영토 방어 전담 육군 사단 신설 2.

러시아와 전쟁 대비하는 독일…영토 방어 전담 육군 사단 신설

우크라 “2005년생 북한군 생포…한국 국정원 협력해 심문 중” 3.

우크라 “2005년생 북한군 생포…한국 국정원 협력해 심문 중”

LA 산불 진압에 수감자들도 동원…형량 줄이고 돈도 벌고 4.

LA 산불 진압에 수감자들도 동원…형량 줄이고 돈도 벌고

트럼프 “당신 때문에 물 부족” 산불 책임론…주지사 답변은 5.

트럼프 “당신 때문에 물 부족” 산불 책임론…주지사 답변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