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 니즈메이저
“공동생활 지겹다”…정부, 반게릴라 선전에 이용
“지겹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도, 공동생활도 지겹다.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지겹다.” (2006년 11월24일)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자진 가입해 활동해온 네덜란드 여전사의 일기가 최근 공개돼 큰 파장을 낳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지난 2003년부터 혁명군에 가담한 탄자 니즈메이저(29)가 쓴 이 일기는 지난 6월 콜롬비아 정부군이 한 게릴라 거점을 급습했을 당시 수거한 것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혁명군 생활의 회의감이 잔뜩 묻어나는 이 일기를 반 게릴라 선전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기의 존재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물론,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마누엘 산토스 국방장관은 “유럽인들 일부는 반군이 로빈후드나 체 게바라처럼, 불쌍한 이들을 위해 싸운다는 로맨틱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탄자처럼 함정에 빠진다”며 “일기 공개를 계기로 막연한 환상이 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니즈메이저는 일기에서 금연과 전화 금지는 물론, 상부의 허가 없이는 연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혁명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반군들이 굶주리고 무기력한 상태이며, 지도자들은 세속적인데다 부패했다고 묘사하고는 “무엇인가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네덜란드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니즈메이저는 그로닝겐 대학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관한 논문을 쓴 바 있으며, 2000년 콜롬비아로 건너와 사립학교에서 부유층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왔다. 그는 2001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볼리바르주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2003년 초 ‘에일렌’이라는 이름으로 게릴라 활동에 본격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장이 공개된 뒤, 니즈메이저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근 반군을 떠난 한 인사는 “간접적으로나마 적을 도왔다는 이유로 참호를 쌓는 임무가 맡겨지는 등 처벌을 받았을 테지만, 살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은 1964년 무장 농민군 지도자들이 결성한 반군 게릴라 단체로, 남미 전체의 반군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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