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3일 쿠바 아바나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쿠바 신문 <후벤투드 레벨데>가 공개했다. 아바나/AP 연합
생방송 출연 차베스와 대담 “미국은 전제권력” 쓴소리
사망설과 사망 임박설이 분분했던 피델 카스트로(81)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5개월 만에 생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카스트로 의장이 베네수엘라의 텔레비전쇼 ‘알로! 프레시덴테’(안녕! 대통령)에서 차베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나누는 장면이 14일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티브이·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줄곧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기름값 상승, 미국 문제 등을 놓고 1시간22분 동안 대화를 나눠 항간에 떠돌던 사망설 등을 일축했다.
방송 전반부에는 두 지도자가 전날 4시간 동안 만나는 모습이 담긴 녹화 비디오가 방영됐다. 카스트로 의장은 턱수염 숱이 좀 줄어드는 등 전보다 다소 늙어 보이긴 했지만, 체 게바라의 혁명적 삶과 유산에 대해 토론을 나눌 때는 여전히 명석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이 비디오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혁명가를 부르며 카스트로 의장에게 “모든 혁명의 아버지”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과 관련해 카스트로 의장은 “그 사람(부시 대통령)은 너무나 강력해 나나 당신(차베스 대통령) 같은 ‘악의 축’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등 농담도 했지만, “전제 권력(미국)이 ‘베트남전’ 때와 같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현재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승리하는 그날까지”란 말로 전화 통화를 끝냈다.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해 7월 장출혈 수술을 받고 동생이자 혁명 동지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임시로 권력을 이양한 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생방송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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