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의 템플대 흑인학생회 학생들이 19일 루이지애나주 검찰의 흑인 학생들 기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
미 ‘21세기판 흑백차별’ 지나고교사건 일파만파
인종차별 백인학생 가벼운 징계
때린 흑인학생 ‘살인미수’ 기소 미국의 21세기 인종차별 재판으로 불리는 ‘지나6’ 사건으로 남부의 작은 도시가 소란스럽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와 학생 등 시위대 수천명이 루이지애나주 지나시로 몰려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인종 차별적 행동을 한 백인 급우를 집단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학생 6명을 지지하는 대규모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지나고등학교의 흑인 학생들이 백인 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나무 밑에 앉은 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 그 다음날, 나무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교수형 올가미가 내걸렸다. 학교장은 올가미를 내건 학생들을 퇴학시키려 했지만, 교육위원회는 장난일 뿐이라며 사흘 정학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후 학교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는 등 인종갈등이 고조됐다. 이런 긴장 속에서 지난해 11월 마이클 벨(17) 등 흑인 학생 6명이 백인 학생 저스틴 베이커(17)를 집단구타하는 지나6 사건이 일어났다. 베이커는 올가미를 건 학생들의 친구로, 사건 전 흑인들을 놀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검찰은 흑인 학생들을 폭행이 아닌,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나무에 올가미를 걸었던 백인 학생 3명은 기소하지 않았다. 루이지애나주법에 처벌 근거 조항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사실이 흑인 방송과 이메일, 유튜브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 루이지애나주 당국이 흑인들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이 사건을 1950년대 앨라배마주에서 일어난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등에 비유하며 “민권운동사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민주당의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21세기 고등학교에 교수형 올가미가 내걸린 것은 비극”이라며 루이지애나주 검사에게 기소 중단을 촉구했다.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흑인 학생들의 법률구제기금으로 1만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루이지애나주 당국과 지나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주정부 등은 “시위대는 환영받을 것이며 50, 60년대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시위대에 교통 편의와 이동식 화장실을 제공하는 등 인종차별적 이미지 확산을 막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때린 흑인학생 ‘살인미수’ 기소 미국의 21세기 인종차별 재판으로 불리는 ‘지나6’ 사건으로 남부의 작은 도시가 소란스럽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와 학생 등 시위대 수천명이 루이지애나주 지나시로 몰려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인종 차별적 행동을 한 백인 급우를 집단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학생 6명을 지지하는 대규모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지나고등학교의 흑인 학생들이 백인 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나무 밑에 앉은 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 그 다음날, 나무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교수형 올가미가 내걸렸다. 학교장은 올가미를 내건 학생들을 퇴학시키려 했지만, 교육위원회는 장난일 뿐이라며 사흘 정학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후 학교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는 등 인종갈등이 고조됐다. 이런 긴장 속에서 지난해 11월 마이클 벨(17) 등 흑인 학생 6명이 백인 학생 저스틴 베이커(17)를 집단구타하는 지나6 사건이 일어났다. 베이커는 올가미를 건 학생들의 친구로, 사건 전 흑인들을 놀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검찰은 흑인 학생들을 폭행이 아닌,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나무에 올가미를 걸었던 백인 학생 3명은 기소하지 않았다. 루이지애나주법에 처벌 근거 조항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사실이 흑인 방송과 이메일, 유튜브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 루이지애나주 당국이 흑인들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이 사건을 1950년대 앨라배마주에서 일어난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등에 비유하며 “민권운동사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민주당의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21세기 고등학교에 교수형 올가미가 내걸린 것은 비극”이라며 루이지애나주 검사에게 기소 중단을 촉구했다.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흑인 학생들의 법률구제기금으로 1만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루이지애나주 당국과 지나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주정부 등은 “시위대는 환영받을 것이며 50, 60년대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시위대에 교통 편의와 이동식 화장실을 제공하는 등 인종차별적 이미지 확산을 막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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