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3일 이라크 안바르주의 알아사드 공항에 도착해 이라크주둔 미군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대장(왼쪽)과 윌리엄 펄런 제독(오른쪽) 앞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안바르/AP 연합
“적은군사력으로도 안보 유지할 수 있을 것”
바그다드 기지 깜짝 방문…알말리키 총리와 전격 회동 뒤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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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대통령이 3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해 현지 미군 및 이라크 정치지도자들을 만난 뒤 부분적 철군을 시사했다.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대장 등 미군 사령관들의 보고 내용을 전하며 “다루기 힘든 안바르주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변화된)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적은 규모의 군사력으로도 같은 수준의 안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인 철군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며 2일 미국을 출발했다가, 비밀리에 12시간을 이동해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 이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 이라크 방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수행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외교보좌진과 함께 이날 기지에서 미군 쪽 현황을 보고받고, 뒤이어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총리 등 이라크 정치지도자들과 ‘작전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도착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앞서 이미 이들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현지 정치지도자들과 미군 사령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정치적 ‘묘안’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략 ‘성적표’에 해당되는 이라크 증강 평가 보고서 제출을 앞둔 상태에서 이번이 그의 “마지막 기회”였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미군 3만여명을 증강한 자신의 ‘전략’이 이라크의 안정을 되찾게 했으며 이라크는 여전히 미군을 필요로 하고 있어, ‘자신이 옳았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직접 나섰다는 의미다.
퍼트레이어스 대장과 라이언 크로크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오는 15일까지 연방의회에 증강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라크 평가 보고서를 계기로 조기 철군을 강력히 제기할 방침이다. 부시와 더불어 이라크 철군 반대에 같은 목소리를 내 왔던 공화당에서도, 일부 철군 목소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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