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상태’ 누출흔적 없어…11년전 ‘이라크서 입수’ 기록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을 저지하겠다며 이라크 침공을 밀어붙였으나 무기를 찾아내진 못했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의 유엔 건물에서 이라크에서 만든 독성 화학물질이 발견돼 미국 보안 당국자들을 긴장시켰다고 30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유리·철제로 만든 용기에 담긴 화학물질에는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사용된 포스겐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 오카베 유엔 부대변인은 “즉각적인 위험 상황을 초래하진 않았다“며 “유엔 쪽 전문가들이 화학물질을 모두 수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액체 상태로 발견된 화학물질은 밀봉 상태로 메릴랜드주 애버딘의 에지우드연구소로 이동됐으며, 이곳에 폐기될 예정이다. 발견된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건물의 현장조사 결과 이 액체의 누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은 지난 6월 유엔의 결정에 따라 폐쇄하게 된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가 사무실을 비우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이 구성한 조사단의 유언 뷰캐넌 대변인은 발견된 화학물질이 1996년 이라크 알무타나의 화학무기 개발시설 잔해에서 유엔 조사관들이 입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유엔 조사단은 화학물질이 어떻게 유엔 건물에 ‘버젓이’ 들어와 있는지, 10년이 넘도록 모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은 “유엔도 (공격) 목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9·11 이후 뉴욕에서 실시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보안 규제가 유엔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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