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녀 생일날 모금뒤 단체에 전달 가정 늘어
미국 뉴저지주 크랜포드에 사는 개빈 브라운은 지난 22일 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모두 44명이 초대된 생일잔치의 손님들을 위해 갖은 음식이 준비됐지만, 손님들이 개빈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없었다. 다만 몇달 전부터 개빈이 엄마와 상의한 대로, 지역 소방서를 위한 자선모금함이 파티가 열린 뒷뜰 한켠에 마련됐다.
손님들로부터 모금된 240달러(약 22만원)는 모두 크랜포드 소방서에 전달됐다. 개빈은 소방차에 탑승해 보고 소방대장 헬멧을 써볼 수 있는 ‘선물’을 얻었다.
개빈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16살 생일을 맞아 675달러를 모금해 가난한 가정에 가축을 제공하는 단체에 기부한 청소년도 있고, 6살 생일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역 동물보호단체에 사료를 갖다주도록 한 어린이도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 ‘선물 없는 생일잔치’ 대신 초대 손님들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하는 새로운 파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뉴욕의 비영리단체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들’을 운영하는 매기 존스는 “생일·유대교 성인식·졸업 등의 기념일에 기부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정이 지난해 2배로 증가해 100가구를 넘었다”며 “이런 행사를 규정화한 사립학교도 뉴욕만 4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생일을 맞은 아이들이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마냥 옳은 일일 수는 없다는 비판도 있다. 비싸고 경쟁적인 파티를 비판하는 웹사이트 ‘부담없는 생일’ 설립에 참여한 빌 도허티는 “부자들이 여는 자선행사처럼 ‘당신 아이는 얼마나 모았소’를 묻는, 또 다른 경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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