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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반군의 아이를 가진 정치인 엄마

등록 2007-06-05 23:47수정 2007-06-05 23:50

로하스의 아이는 정말 있다.

아이는 세 살배기 남자아이로, 정글 속에서 반군이 키우고 있다.

이름은 ‘에마누엘’이다!

최근 콜롬비아가 ‘로하스’와 ‘에마누엘’의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아이 엄마인 클라라 로하스(44)는 콜롬비아의 ‘푸른산소운동’ 소속 부통령 후보였다. 그녀는 2002년 2월 선거를 준비하며 유세를 벌이던 중, 러닝메이트인 프랑스계 잉그리드 베탄쿠르 대통령후보와 함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 그리고 포로로 억류된 베탄쿠르와 로하스 두 여성 정치인의 소식은 이들 콜롬비아 최대의 반군이 공개한 비디오테잎을 통해서만 전해졌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해 콜롬비아의 언론인 호르헤 엔리케 보테로가 FARC 지휘관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최근 전쟁 소식>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콜롬비아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로하스가 반군과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테로는 로하스가 ‘자발적으로’ 임신했다고 전해 포로인 로하스와 반군 사이의 연애를 암시했다.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 될 정도로 믿기 힘든 내용이었고, 콜롬비아의 일부 사람들은 보테로를 의심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이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탈출한 한 경찰관이 아이의 존재와 이름을 확인시켜줬다. 8년동안 붙잡혀 있었던 프랑크 핀차오는 탈출한 뒤 5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에마누엘을 직접 안아보기도 했다”고 말하고, “로하스가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하면 아이를 데려다주지만, 평소엔 반군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반군들 스스로 포로와의 신체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아버지는 살해됐거나 타부대로 전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로 납치 피해자 상담을 맡고 있다는 올가 루시아 고메스 평화자유재단 이사는 “강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이 포로로 잡히면 약자의 입장에 놓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하스의 어머니인 클라라 곤잘레스 데로하스(76)는 친구들이 벌써 동물인형이나 은수저 등 5번째 손자인 에마누엘을 위한 선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탈출 경찰 핀차오는 로하스·베탄쿠르를 비롯해 2003년 2월 비행기 추락으로 붙잡힌 미국인 군수업자 등 포로 50여명의 생존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로써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현재 수감된 반군 세력 250여명과의 ‘맞석방’을 기대하고 있다. 부통령에게 에마누엘 석방을 위한 국제적 캠페인을 지시하기도 했다. 반군 수감자 가운데는 감옥에서 두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도 포함돼, 에마누엘-로하스와 대칭되는 상징성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40여년동안의 오랜 내전으로 좌익반군과 우익민병대 등 무장세력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콜롬비아는 납치·억류가 아직도 자주 발생한다. 현재 억류된 인원이 3100여명이며, 이 중에는 어린이도 92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핀차오가 “베탄쿠르는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혔다”며 “그 벌로 잘 때 목에 사슬을 감는다”고 말하는 등 반군에 억류된 ‘포로’들의 인권 유린 상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FARC를 직접 방문했던 보테로는 에마누엘의 소식을 접한 뒤 “에마누엘의 존재는 분쟁의 쇠락을 의미하며, 콜롬비아에서 잊혀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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