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베스 쿠데타 때 동조 방송
차베스 복귀 땐 침묵
차베스 복귀 땐 침묵
2002년 4월14일 새벽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선 수많은 군중들이 대통령궁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차베스가 돌아온다”고 환호하고 있었다. 우고 차베스는 이틀 전인 12일 군부 쿠데타로 실각해 카리브해 라오르칠라섬으로 유배된 상황이었다. 몇 시간 뒤 차베스는 헬리콥터를 타고 대통령궁으로 돌아왔다. ‘2일 천하’ 쿠데타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방송국이자 가장 인기있는 채널인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은 당시 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전혀 방영하지 않았다. 대신 철 지난 할리우드 영화와 만화 ‘톰과 제리’로 하루종일 편성표를 채웠다. 그 며칠 전 차베스의 실각과 동시에 가 쿠데타 지지 방송을 쏟아냈던 것과는 정대반였다.
쿠데타 당시 는 정부군이 민간인에 대해 총격을 가하는 듯한 화면을 보도했다. 그러나 총격의 주인공은 정부군이 아니라 반차베스 세력인 카라카스 수도경찰 병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차베스 대통령의 사임발표문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쿠데타 주도세력 인사가 이 발표문을 낭독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차베스는 이 문건을 본 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쿠데타 주도세력들이 출연해 “그동안 협조에 감사한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98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평화로운 혁명”과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을 공언하고 자원국유화, 토지 무상분배, 국가주도 경제 등을 뼈대로 한 사회개혁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반차베스 세력들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재선된 차베스 대통령은 12월28일 허가 갱신을 불허한다고 선언해, 반차베스 언론들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을 드러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