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묻히고픈 졸업생들 늘어
미국 대학에서 캠퍼스 안의 묘지·납골당 설치가 활발하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들어 기존 묘역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묘역을 조성하려는 대학들이 늘어났다며 “사람들이 고향보다도 모교가 더욱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장묘업자 멜 말코프는 “누구나 대학 때가 자신의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며 “누군들 그 곳에서 영원을 보내고 싶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버지니아대학의 묘역은 1828년 조성돼 1960년대 이후 빈 자리가 없었으나, 캠퍼스에 묻히기를 희망한 한 졸업생이 친구들과 함께 납골당 건축을 추진해 무덤 180기를 추가 수용하게 됐다. 현재는 800기를 더 수용할 수 있는 건축물을 계획 중이다. 메릴랜드주 세인트메리대학이나 남가주대학, 시타델군사학교 등도 묘역 확대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묘지·납골당이 새로운 수입원으로 부상하자 학교들도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채프먼대학 납골당은 학교 졸업생이나 교직원이 아니어도 신청 가능하며 애완동물도 함께 묻을 수 있다.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학은 장례용품을 제작·판매하는 수도사들과 제휴해 전용 관·납골함을 만들고 있다.
미국 대학에 묘역이 조성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세기 초만 해도 방부처리 기술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숨진 교수나 학생, 교직원의 주검을 집까지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는 대학 캠퍼스 내에 묘역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존하는 캠퍼스 내 묘역들은 대부분 이 때 조성된 것들이다. 1876년 조성돼 800여기의 주검이 안치된 아이오와주립대학 묘지가 대표적인 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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