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등 좌파동맹국에 반값 원유 공급 약속
“우리의 에너지 자원은 우리의 발전과 우리 인민의 행복, 그리고 우리 지역의 통합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볼리비아, 쿠바, 아이티 등 좌파동맹국에 지원을 약속하며 “50% 가격에 원유 필요량 전량을 공급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했다”고 선언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28~29일 베네수엘라의 바르키시메토에서 열린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알바·ALBA)’ 정상회담에서 이런 제안을 발표했다. ‘알바’는 2004년 차베스 대통령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에 반대해 만든 역내 협의체이다. 니카라과와 볼리비아가 가입했으며 아이티는 이번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했다.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카리브해 14개국에 석유를 저가로 공급하고 대금 일부를 바나나 등 현물로 받는 정책을 실시해 왔지만, 이번 알바 회원국들에 대한 제안은 더욱 파격적인 조건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쿠바에 매일 9만8천배럴의 원유를 보내고 그 대가로 쿠바로부터 농산물과 2만명의 의료진을 제공받는 ‘알바식’ 무역을 구현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새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내의 정유시설을 매각하고 중남미에 새로운 정유 네트워크를 구축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시장인데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중유를 정유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이번 제안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그동안 영국 런던의 대중교통용 연료를 20% 싼 값에 공급하고, 미국 16개 주에 저소득층을 위한 난방용 석유 1억갤런을 공급하는 등 ‘오일 인심’을 베풀어왔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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