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지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휘씨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 가운데 하나와 비슷한 ‘월서 P22’ 모델의 권총. 센터빌/AFP 연합
좁은 강의실 탓 더 위력
급소 조준사격 가능성도
급소 조준사격 가능성도
사격 100여발에 사상자 60여명?
사격 전문가도 아닌 조승희씨가 어떻게 20여분 동안 권총 두 자루로 무려 32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살상이 이뤄진 공간이 좁은 강의실이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승희가 사용한 글록 19와 월서 모델이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조준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좁은 실내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식 경찰종합학교 사격감독은 “사격 선수들의 경우 이 모델을 가지고 50m 정도 거리에 있는 축구공 크기의 대상도 정확히 맞출 수 있지만, 일반인은 10m 밖의 물체도 맞추지 못한다”라며 “그러나 강의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조씨를 피해 구석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격을 한다면 사상자가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과학수사연구소 총기연구실장도 “글록 19는 구경이 9㎜ 정도이고, 월서 모델은 약 5.5㎜ 정도로 위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근접전에서는 치명적인 부상을 충분히 입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록 모델은 탄창이 10발과 15발 두 종류가 있는데, 조씨는 15발짜리 탄창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발사하는 순간 반동이 있기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에는 한발 쏘는데 2~3초 가량이 걸리지만, 사격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은 약 1초에 한발씩도 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상자 규모로 미뤄, 조씨가 피해자들의 급소만을 노리고 사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좁은 강의실에서라도 ‘난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사상자가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유식 사격감독은 “쓰여진 총알 수에 견줘 사상자 수가 매우 많다 보니, 조씨가 피해자들의 바로 앞에서 머리 등 급소를 향해 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사진 속에서 조씨가 총을 들고 서 있는 자세와 사건 당시의 정황을 보면 조씨가 어느 정도 사격에 익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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