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물 퇴진에 책임전가 '자중지란'
조지 부시 행정부들어 전성기를 맞았던 네오콘(신보수주의) 시대가 이제 서서히 날개를 접을 것인가.
공화당의 11.7 중간선거 참패로 부시행정부 대외정책의 강경기조를 주도해온 네오콘들의 퇴조가 완연해지면서 이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게다가 네오콘 핵심 이론가들조차 부시 행정부에 등을 돌리고, 네오콘들 사이에서도 서로 책임전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자멸의 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네오콘의 핵심후견인 역할을 해왔고 5년 10개월의 재임기간 '패권주의 선봉'에 섰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퇴진은 네오콘 퇴조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미국의 세계 전략을 쥐락펴락했던 '역대 최강의' 국방장관 럼즈펠드의 존재는 그 자체가 미국 패권주의 역사의 한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 시절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처하자 전화를 걸어 "대사직을 그만두고 워싱턴으로 달려가 탄핵국면 타개 전략을 세우겠다"고 자청했다는 일화는 목표와 전략을 중시하는 그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런 럼즈펠드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을 가한 것은 비단 민주당 뿐만이 아니었다. 이라크에서의 국가건설이 중동 민주화의 관건이라고 본 네오콘들은 이 문제를 놓고 럼즈펠드와 끝내 갈라섰다. 네오콘 핵심 이론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빌 크리스톨 편집장은 최근까지도 그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 미국민의 관심은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유엔대사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볼턴이 그간 네오콘의 핵심거두인 딕 체니 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왔고, 민주당의 비토인물 1호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럼즈펠드 다음 '희생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당장 볼턴의 상원 인준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볼턴은 지난해 유엔대사로 지명됐으나 민주당의 반대 속에 공화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상원 인준 투표가 이뤄지지 않자 부시 대통령은 인준 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회 휴회기간에 그를 대사직에 임명하는 '편법'을 동원, 논란을 야기했었다. 현재 볼턴은 의회가 새로 구성되는 내년 1월까지만 임기가 유효한 만큼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거부하면 낙마가 불가피해진다. 벌써부터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시되는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은 8일 "부시 대통령이 볼턴 전 국무차관을 유엔대사로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포문을 열고 나섰다. 그는 나아가 "그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가 잘 안풀릴 것"이라고 거부입장을 시사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까지 "럼즈펠드 경질은 네오콘 영향력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촌평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럼즈펠드가 물러난 것은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네오콘의 완전한 지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네오콘의 붕괴는 중간선거 이전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드러냈었다. 과거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던 네오콘 핵심들까지 부시 행정부의 전쟁 실패 책임을 제기하고 나섰다. '암흑의 왕자'로까지 불렸던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배니티 페어' 11월호에서 이라크전의 주요 실패 원인이 부시 행정부의 지독한 무능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 필요한 결단들이 내려지지 않았고 결단들 역시 제때 내려지지도 않았다는 것이 핵심 논지였다. 심지어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세인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한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방정책위원회의 일원으로 평생 네오콘 이념을 실천해 온 케네스 애덜만도 이 잡지에서 "이라크의 해방을 쉽게 예상했지만 이 판단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술 더 떠 "부시 대통령 개인에게 큰 결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시행정부는 가장 무능한 정권임이 판명됐다"고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이번 선거 참패로 '선거의 귀재'로 불렸던 부시 대통령의 핵심측근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이제 "시대적 소임을 다한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다. '분리해서 정복한다(divide and conquer)'는 지론대로 공화당의 핵심기반인 보수층을 집중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지난 10년 가까이 복음처럼 여겨졌다. 미 언론들은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이제 부시 곁에는 네오콘 그룹 가운데 딕 체니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담당차관 정도만이 남았다. 이미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와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등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백악관을 떠났다. 집권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이제 누구와 머리를 맞대고 세계 전략을 짜나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이런 럼즈펠드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을 가한 것은 비단 민주당 뿐만이 아니었다. 이라크에서의 국가건설이 중동 민주화의 관건이라고 본 네오콘들은 이 문제를 놓고 럼즈펠드와 끝내 갈라섰다. 네오콘 핵심 이론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빌 크리스톨 편집장은 최근까지도 그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 미국민의 관심은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유엔대사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볼턴이 그간 네오콘의 핵심거두인 딕 체니 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왔고, 민주당의 비토인물 1호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럼즈펠드 다음 '희생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당장 볼턴의 상원 인준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볼턴은 지난해 유엔대사로 지명됐으나 민주당의 반대 속에 공화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상원 인준 투표가 이뤄지지 않자 부시 대통령은 인준 투표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회 휴회기간에 그를 대사직에 임명하는 '편법'을 동원, 논란을 야기했었다. 현재 볼턴은 의회가 새로 구성되는 내년 1월까지만 임기가 유효한 만큼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거부하면 낙마가 불가피해진다. 벌써부터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시되는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은 8일 "부시 대통령이 볼턴 전 국무차관을 유엔대사로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포문을 열고 나섰다. 그는 나아가 "그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가 잘 안풀릴 것"이라고 거부입장을 시사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까지 "럼즈펠드 경질은 네오콘 영향력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촌평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럼즈펠드가 물러난 것은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네오콘의 완전한 지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네오콘의 붕괴는 중간선거 이전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드러냈었다. 과거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던 네오콘 핵심들까지 부시 행정부의 전쟁 실패 책임을 제기하고 나섰다. '암흑의 왕자'로까지 불렸던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배니티 페어' 11월호에서 이라크전의 주요 실패 원인이 부시 행정부의 지독한 무능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 필요한 결단들이 내려지지 않았고 결단들 역시 제때 내려지지도 않았다는 것이 핵심 논지였다. 심지어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세인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한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방정책위원회의 일원으로 평생 네오콘 이념을 실천해 온 케네스 애덜만도 이 잡지에서 "이라크의 해방을 쉽게 예상했지만 이 판단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술 더 떠 "부시 대통령 개인에게 큰 결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시행정부는 가장 무능한 정권임이 판명됐다"고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이번 선거 참패로 '선거의 귀재'로 불렸던 부시 대통령의 핵심측근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이제 "시대적 소임을 다한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다. '분리해서 정복한다(divide and conquer)'는 지론대로 공화당의 핵심기반인 보수층을 집중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지난 10년 가까이 복음처럼 여겨졌다. 미 언론들은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이제 부시 곁에는 네오콘 그룹 가운데 딕 체니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담당차관 정도만이 남았다. 이미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와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등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백악관을 떠났다. 집권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이제 누구와 머리를 맞대고 세계 전략을 짜나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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