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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고] 중간선거와 북핵 / 안병진

등록 2006-11-09 19:28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미 정치 중도시대 서막
백지에서 새 전략짜야
중간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대승이다. 의원의 40%가 물갈이 되는 한국의 ‘롤러코스터’ 정치의 기준에서 보면, 이를 유권자 혁명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이 과도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직 의원 재선율이 90%를 넘고, 공화당의 수년간에 걸친 당파적인 선거구 재조정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정치지형의 격변은 가히 ‘혁명적’ 수준이라 부를 만하다.

선거로 나타난 유권자의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대는 부시 노선의 상징적 구현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칼 로브 자문관에 대한 반대로 집약된다. 이들은 국내외적으로 오만하고 교조적인 노선, 지나친 당파성, 무능과 부패의 세 가지 범주의 오류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왔다. 부시 행정부의 지지율 하강 곡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라크 전쟁 실패와 카트리나 재난 대응 실패는 이러한 일관된 모습의 압축적인 소우주라 할 수 있다.

이라크 문제 현실주의 대두

이라크 전쟁은 국가건설에 대한 초보적 준비도 없이, 패권적 욕망과 교조적 믿음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오류는 카트리나 재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수많은 이들의 재난 경고를 무시한 교조적 판단, 재난 대처 과정에서 민주당에 당파적 책임 돌리기, 늑장 대처와 재건 수의계약이 그것이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터진 성추문 사건들로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렸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 정치지형을 중도적으로 선회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도의 폭과 방향을 둘러싼 각계각층 정치세력의 드라마틱한 투쟁의 결과가 그 구체적 경로를 결정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과거보다는 좀 더 중도적 입장을 보이면서 마지막 남은 임기 동안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기려 하고, 민주당을 공동 책임의 덫으로 유인할 것이다. 이라크 문제에서 현실주의자들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특히 중도적 합의의 폭이 큰 이민, 교육 개혁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업적을 남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마당에 원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중도 시대의 서막이란 부시의 시대가 아니라 미국판 ‘홍준표’ 멕케인 상원의원과 미국판 ‘이명박’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시대임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보다 진보적 색채를 가미한 ‘진보적 중도주의’의 깃발 아래 내부 진보파와 중도파가 합의하며,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본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체니 입김 등 4가지 변수

북핵 이슈는 아직은 안개 속에서 명확한 윤곽이 나타나 있지 않다. 이는 앞으로 4가지 변수에 주로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 뒤 이라크 내전의 확대 여부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발목을 잡아 북핵은 단지 관리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본격 조사 정국의 도래이다. 이 조사과정에서 그간 강경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딕 체니 부통령이 어느 정도 발이 묶이는가, 어느 정도 정치적 생채기를 받는가가 북핵 문제에서 온건파의 입지를 좌우할 것이다. 셋째, 앞으로 임명될 대북조정관이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의 힘겨루기 속에서 어떻게 결말이 나는가이다. 마지막으로 부시 행정부의 심각한 약화를 목격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더욱 몸값을 올려 앞으로 새로운 대통령과의 빅딜을 기다리며 장기 교착 상태를 만들어내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4가지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며 장기적 교착상태나 부분적 돌파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는 새로이 도래한 미국의 정치지형을 고려하면서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한반도 전략과 담론을 짜야할 시점이다.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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