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27일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군사법정에 세울 수 있는 권한을 조지 부시 행정부에게 주는 내용의 테러 수감자 법안을 찬성 253표, 반대 168표로 의결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안의 하원 통과로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의 법안 초안은 상원 공화당 중진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지만, 내부 조율 끝에 단일안을 마련해 이번에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은 이르면 28일(한국시각 29일 새벽) 법안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관타나모 수용소의 테러 용의자들에게 최소한 군사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셈이지만, 여전히 기본권 측면에서 크게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예로 고문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긴 했지만, 미국 조사관들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사기법의 결정권한을 부시 행정부에 폭넓게 위임했다. 가혹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사실상 고문을 승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포로 심문에 관한 국제법 기준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시 행정부에 줌으로써, 미 중앙정보국(CIA) 조사관들이 나중에 전쟁범죄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길을 터놨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은 다른 나라가 미군 포로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