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자국 주정부 문 닫고 한국 지자체에 “문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자국 주정부의 조달시장은 열지 않겠다고 밝힌 미국이 우리나라 지자체 조달시장 개방은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24일 재정경제부가 국회 재경위 원희룡(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미국은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달분과 협상에서 현재 1500만SDR(252억원· SDR은 국제통화기금에서 만든 일종의 국제통화)로 돼 있는 시·도와 공기업 발주 공사의 양허 하한선을 중앙정부 수준인 500만SDR(84억원)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양허 하한선이 낮아지면 미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사 대상은 더 늘어난다.
우리 정부는 미국 쪽에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협정을 통해 개방된 37개주에 이어 나머지 13개주의 조달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쪽은 “최근 주정부에 대한 연방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됐다”며 주정부 전체를 자유무역협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협상단 정부조달 분과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 협정보다 더 개방폭을 확대하자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의 근본적 목적”이라며 “주정부를 이번 협상에서 제외하자는 미국 쪽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민간업체가 도로를 뚫은 뒤 통행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민자유치 사업도 정부 조달시장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내 조달시장 입찰 참가자격 심사 때 미국 이외 지역 공사 실적을 인정하고 △지역의무 공동도급제 등 현행 중소기업 보호제도와 학교 급식에 대해 포괄적인 예외조항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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