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동시테러 직후 뉴욕의 소방관들이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테러의 충격 뒤 애국주의로 단결했던 미국은 5년이 지나는 동안 잇따른 전쟁과 정치적 분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관광객들 밝은 표정 뒤로 참사당시 사진전 비장감
“안전하다는 걸 새삼 느껴”
“미국이 세계 불안정 높여”
엇갈리는 평화의 소망 어디로…
“안전하다는 걸 새삼 느껴”
“미국이 세계 불안정 높여”
엇갈리는 평화의 소망 어디로…
9·11 테러 5년 끝나지 않는 전쟁
③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나 9·11 테러 5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오후, 참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났다. 이날까지 사흘간 이어진 미국 노동절 휴가는 뉴욕 시민뿐 아니라, 오하이오주 등 미국 각지에서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이탈리아 관광객을 실은 버스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은 아직 기초공사도 덜 끝난 공사 현장을 철제 울타리 너머로 둘러본다. 울타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전 ‘이곳에서 9·11을 기억하라’가 열리고 있다. 사진들은 110층 높이를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화려함과 테러를 당하던 순간의 긴박함, 그리고 테러 직후 혼돈된 맨해튼의 모습을 담고 있다. 3천명 가까운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도 빼곡히 새겨져있다. 이름마다 꽃들이 꽂혀있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나 사진촬영을 하는 연인들의 웃음 등 관람객들의 밝은 모습은 사진전의 비장함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참사 현장을 담은 사진첩을 5달러에 파는 행상까지 보태지면, 영락없는 ‘관광지’의 모습이다. ‘평화를 위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세요’라고 쓴 큰 캔버스에 관람객들의 글을 받고 있는 행위예술가 에드윈 클래스에게 “미국인에게 9·11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비극적인 것은 뭐냐”고 되묻는다. “한국전쟁”이라고 답하자, 그는 “그것이 바로 미국인이 느끼는 9·11”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라도 이제 평화를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행동’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 제로를 찾은 40대 가장 릭 휴즈는 “이 곳을 보면 우리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정책으로 ‘미국 내의 안전’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반면에, 20대 후반의 헝가리 유학생 페렌츠 토트는 이라크 전쟁의 실패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의 미국의 편파성을 들며,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 전 세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11 참사를 담은 사진들 너머 공사장에는 ‘새로운 미국의 상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다. 2009년에는 9·11 기념박물관이, 2011년에는 세계무역센터보다 더 높은 ‘프리덤 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프리덤 센터가 과거 이곳에 있던 빌딩과 같은 운명에 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온전히 ‘평화를 위한 미국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에 달려 있다. 뉴욕/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③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나 9·11 테러 5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오후, 참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났다. 이날까지 사흘간 이어진 미국 노동절 휴가는 뉴욕 시민뿐 아니라, 오하이오주 등 미국 각지에서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이탈리아 관광객을 실은 버스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은 아직 기초공사도 덜 끝난 공사 현장을 철제 울타리 너머로 둘러본다. 울타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전 ‘이곳에서 9·11을 기억하라’가 열리고 있다. 사진들은 110층 높이를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화려함과 테러를 당하던 순간의 긴박함, 그리고 테러 직후 혼돈된 맨해튼의 모습을 담고 있다. 3천명 가까운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도 빼곡히 새겨져있다. 이름마다 꽃들이 꽂혀있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나 사진촬영을 하는 연인들의 웃음 등 관람객들의 밝은 모습은 사진전의 비장함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참사 현장을 담은 사진첩을 5달러에 파는 행상까지 보태지면, 영락없는 ‘관광지’의 모습이다. ‘평화를 위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세요’라고 쓴 큰 캔버스에 관람객들의 글을 받고 있는 행위예술가 에드윈 클래스에게 “미국인에게 9·11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비극적인 것은 뭐냐”고 되묻는다. “한국전쟁”이라고 답하자, 그는 “그것이 바로 미국인이 느끼는 9·11”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라도 이제 평화를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행동’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 제로를 찾은 40대 가장 릭 휴즈는 “이 곳을 보면 우리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정책으로 ‘미국 내의 안전’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반면에, 20대 후반의 헝가리 유학생 페렌츠 토트는 이라크 전쟁의 실패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의 미국의 편파성을 들며,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 전 세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11 참사를 담은 사진들 너머 공사장에는 ‘새로운 미국의 상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다. 2009년에는 9·11 기념박물관이, 2011년에는 세계무역센터보다 더 높은 ‘프리덤 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프리덤 센터가 과거 이곳에 있던 빌딩과 같은 운명에 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온전히 ‘평화를 위한 미국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에 달려 있다. 뉴욕/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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