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직격타 뉴올리언스 인구 절반 줄어
이재민 56명 자살…주변 도시도 인내심 바닥
이재민 56명 자살…주변 도시도 인내심 바닥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남은 카트리나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 해안을 덮쳤다. 뉴올리언스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다. 1300여명이 숨졌고,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앨라배마주에서 50여만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35만명으로 추산된다. 45만4천명이 살던 뉴올리언스엔 지금 예전의 절반 정도인 23만여명 만이 돌아와 살고 있다. 정신적 상흔도 아물지 않는다. 올 8월까지 텍사스 휴스턴에선 카트리나 이재민 56명이 자살했다.
사상 최대의 ‘기상 난민’= 뉴올리언스 명소였던 시내 중심가 프렌치코트는 거의 복원됐다. 시내 레스토랑은 1년 전 1882개 중 1168개가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내엔 여전히 폐허가 된 채로 버려진 집들이 많다. 시청 직원들은 철거해야 하는지 보수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그렇게 남겨진 수천채의 집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현지신문 〈타임스피카윤〉은 전했다. 주민 덱스터 데니스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돌아오기엔 시기상조다. 그들은 (집을 보수할) 돈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정책연구소장인 레스터 브라운은 〈에이피(AP)통신〉 인터뷰에서 “(루이지애나와 테네시 출신의) 37만여명이 아직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은 아마 사상 첫 대규모의 기상 난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지난 22일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했다. 그는 이재민들에게 “여러분이 돌아오지 않고는 뉴올리언스는 예전의 뉴올리언스가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재민들은 카트리나 상흔 때문에, 또 새로 집을 짓고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뉴올리언스 복귀를 꺼리고 있다.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최소한 25만명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내심 잃어가는 주변 도시들= 이재민들을 1년 동안 수용해온 주변 도시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전했다. 15만명의 이재민이 사는 텍사스 휴스턴은 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학교, 병원의 재정이 바닥나고 있다.
이재민의 카트리나 후유증을 치료해주는 해리스 카운티 병원은 700만달러 이상의 치료비 중 33%만 연방정부 보조를 받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카트리나 피난학생의 교육 지원을 위해 8억9천만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더이상의 추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텍사스에 사는 이재민의 59%는 일자리가 없다. 41%는 월 500달러 미만의 극히 낮은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재민 범죄율도 문제가 된다. 휴스턴 지역정부는 이재민 범죄자의 수감시설 등에 1800만달러 이상을 썼다고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보도했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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