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가명 쓰며 부시 옹호 질문
공화당원 운영 언론사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까지 한 ‘가짜 백악관 출입기자’ 논란이 계속 번지고 있다. 신원조회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백악관에 2년 가까이 ‘신분이 불분명한 기자’가 출입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이 백악관 고위관리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부시 대통령의 새해 첫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넷언론인 〈탤런뉴스〉의 재프 개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현실과 유리된’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하며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이 모습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노골적으로 부시를 편드는 이 질문에 격분한 블로거들이 이 기자의 신분을 추적했다. 곧 〈탤런뉴스〉는 역시 인터넷언론인 〈고푸사〉의 자회사이며, 〈고푸사〉 사주는 텍사스의 열성 공화당원인 밥 어벌리란 사실이 드러났다. 공화당이 ‘가짜 기자’ 개넌을 백악관 기자실에 심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개넌이 가명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진짜 이름은 제임스 구커트였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려면, 우선 의회 출입증이 있어야 하고 연방수사국(FBI)의 철저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개넌은 의회 출입증을 신청했지만 ‘소속기관 불분명’이란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2년 가까이 백악관을 출입할 수 있었는지 아리송했다. 백악관 쪽은 “개넌은 ‘영구 출입증’을 얻은 게 아니라, 간단한 신원조회만 거치는 ‘일일 출입증’을 얻어 출입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개넌이 일일 출입증을 신청할 때는 본명을 기입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그런데도 백악관 공보실이 2년 가까이 개넌이 가명이란 걸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전직 백악관 공보관리인 브루스 바틀렛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누군가가 감춰주지 않는 한, 출입기자가 가명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개넌의 놀라운 전력도 블로거들에 의해 파헤쳐졌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기 전엔, 시간당 200달러씩 받고 남자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란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넌은 지난 9일 〈탤런뉴스〉를 그만뒀다. “나에게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사임으로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부시 대통령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과 개넌과의 연계설이 흘러나왔다. 〈탤런뉴스〉 사주가 부시 대통령과 같은 텍사스 출신인 탓이다.
각 부처들이 언론인에게 돈을 주고 유리한 칼럼과 기사를 부탁했다는 보도에 뒤이어 터진 이 사건으로, 공화당과 보수진영이 여론 조작을 위해 ‘가짜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공화당원 운영 언론사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까지 한 ‘가짜 백악관 출입기자’ 논란이 계속 번지고 있다. 신원조회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백악관에 2년 가까이 ‘신분이 불분명한 기자’가 출입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이 백악관 고위관리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부시 대통령의 새해 첫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넷언론인 〈탤런뉴스〉의 재프 개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현실과 유리된’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하며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이 모습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노골적으로 부시를 편드는 이 질문에 격분한 블로거들이 이 기자의 신분을 추적했다. 곧 〈탤런뉴스〉는 역시 인터넷언론인 〈고푸사〉의 자회사이며, 〈고푸사〉 사주는 텍사스의 열성 공화당원인 밥 어벌리란 사실이 드러났다. 공화당이 ‘가짜 기자’ 개넌을 백악관 기자실에 심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개넌이 가명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진짜 이름은 제임스 구커트였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려면, 우선 의회 출입증이 있어야 하고 연방수사국(FBI)의 철저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개넌은 의회 출입증을 신청했지만 ‘소속기관 불분명’이란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2년 가까이 백악관을 출입할 수 있었는지 아리송했다. 백악관 쪽은 “개넌은 ‘영구 출입증’을 얻은 게 아니라, 간단한 신원조회만 거치는 ‘일일 출입증’을 얻어 출입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개넌이 일일 출입증을 신청할 때는 본명을 기입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그런데도 백악관 공보실이 2년 가까이 개넌이 가명이란 걸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전직 백악관 공보관리인 브루스 바틀렛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누군가가 감춰주지 않는 한, 출입기자가 가명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개넌의 놀라운 전력도 블로거들에 의해 파헤쳐졌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기 전엔, 시간당 200달러씩 받고 남자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란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넌은 지난 9일 〈탤런뉴스〉를 그만뒀다. “나에게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사임으로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부시 대통령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과 개넌과의 연계설이 흘러나왔다. 〈탤런뉴스〉 사주가 부시 대통령과 같은 텍사스 출신인 탓이다.
각 부처들이 언론인에게 돈을 주고 유리한 칼럼과 기사를 부탁했다는 보도에 뒤이어 터진 이 사건으로, 공화당과 보수진영이 여론 조작을 위해 ‘가짜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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