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까지 잠정적”…정유사 폭리 조사도
워싱턴 등 일부 주유소 “휘발유 부족” 철시
워싱턴 등 일부 주유소 “휘발유 부족” 철시
유가 인상과 그에 따른 압박에 직면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5일 전격적으로 전략유 비축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전략유 저장고로 가는 석유를 시장으로 돌려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고육지책이다. 가을까지 전략유 보충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얼마간이라도 석유를 시장으로 돌려,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전략유 저장고는 웬만한 공급부족에도 견딜 만큼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석유회사들이 석유값을 올려 폭리를 취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도록 관계당국에 지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 지시로 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허리케인이 (남부 해안지역을) 강타한 이후 석유사들이 유가 조작을 했는지 조사 중”이라며 “대통령은 또 에너지부와 법무부에도 유가 조작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잇따른 조처는 유가 폭등에 따라 석유회사와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휘발유 값 폭등과 함께 정유회사들의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정유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40%포인트나 뛰었다고 <에이비시 방송>은 전했다.
지난 1월 퇴임한 정유회사 엑손모빌의 리 레이먼드 최고경영자가 퇴직금으로 9850만달러를 챙긴 것도 시민 정서에 기름을 끼얹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것은 유가 폭등이 시장 사정 때문이라는 정유회사들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등지에서는 일부 주유소가 휘발유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등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직후와 같은 일이 보통 때 벌어진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워싱턴 시내의 휘발유 값은 벌써 갤런(약 3.78ℓ)당 3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미 전역에서 평균 33센트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에 가까웠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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