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퇴역장성들 유례없는 공개비난 잇따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군과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6명의 퇴역 장성들이 ‘럼스펠드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13일에만 2명의 퇴역 육군소장이 럼스펠드 비판에 동참했다. 이런 분위기는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퇴역 장성들 사이에 럼스펠드 비난에 동참하려는 전화와 이메일 메시지가 수없이 교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퇴역 장성들과 현역 군지휘관들의 분위기가 반드시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퇴역 장성들이 한꺼번에 현직 민간인 국방장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일은 유례가 드물다. <시앤앤(CNN)> 군사평론가인 댄 크리스트맨 예비역 중장은 최근 사태를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우 보기 드문 항의이며, 럼스펠드의 지도력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퇴역 장성들의 비판 초점은 이라크 실패에 맞춰져 있다. 럼스펠드를 비판한 6명 중 4명이 이라크 침공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전직 고위지휘관들이다. 이들의 비판은 럼스펠드에겐 더 뼈아프다. 여기에 럼스펠드와 군 지휘관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이 이번 사태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퇴역 장성들은 한 목소리로 “럼스펠드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군 지휘관들을 무시하고 모욕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 ‘민간인의 군 통제’라는 전통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민간인 국방장관이 ‘군 지휘관들에게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민간인의 군 통제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존 바티스트 전 1사단장은 이런 우려를 부인하면서, 럼스펠드 비판이 미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앤앤> 인터뷰에서 “민간인의 군 통제는 중요하다. 문제는 팀워크이다. 나는 (이라크에 있는) 병사들을 위해 럼스펠드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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